<사설>야당도 파업반대 분명히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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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야당이 파업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노동법 날치기 개정을 반대하는 점에서 노조측과 입장을 같이 한다는 것과 파업을 방관.묵인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책임있는 공당(公黨)이라면 새 노동법은 반대하더라도 파 업은 안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경제가 사느냐,죽느냐의 문제는 정부.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도 힘과 지혜를 합쳐 오늘의 경제난국(難局) 극복에 함께 나서야 한다.그렇다면 당연히 근로자들에게 파업자제를 호소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게 아닌가.
더구나 이번 노동법파동은 노사문제라기 보다 정치문제의 성격이짙다.지금 근로자들의 분노는 자기네 기업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정부.여당을 상대로 하는 정치문제를 근로자들의 파업에 맡겨야 할 것 인가,야당이 맡아야 할 것인가.
책임있는 야당이라면 당연히 새노동법 문제는 야당이 책임지고 해결해 볼테니 근로자들은 일터로 돌아가라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야당들은 이런 분명한 입장표명없이 엉거주춤한자세를 보이고 있다.근로자의 표(票)와 보수층의 표 사이에서 눈치 보는 것같기도 하고,한편으로 정부.여당의 곤경을 즐기며 다른 한편으로 파업지지인상도 안주려는 듯한 어정쩡 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야당도 영수회담과 노동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잘 안다.우리 역시 즉각적인 여야대화를 통한 사태수습을 촉구한 바 있다.여당이 이런 야당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잘못이고 오만이라고 생각한 다.
그러나 여당이 잘못한다고 야당까지 할 바를 안해도 좋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이런 파업이 계속되면 경제가 침몰하는 파국적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판에 여당이 궁지로 몰리는 것만 노려 야당이 파업을 방관만 한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 보다 당리당략에만 집착함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더욱이 파업에사무직 근로자들이 대거 가세하고 학계.종교계 등의 대여(對與)비판이 거세지자 야당 내부에는 근로자 편에 서자는 움직임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또 일부 야당의 원들은 민주노총 간부의 농성에 합류하기도 했다.
우리는 야당이 이처럼 유리한 쪽이 어디냐고 저울질하는 기회주의적 자세로 나간다면 그야말로 장래가 없다고 본다.노동관계법에대해 처음부터 자기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도 야당으로선 반성할 일인데 경제가 결딴날지도 모를 심각한 상황을 맞 고서도 분명한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무슨 집권능력이 있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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