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교장이 학교를 변화시킨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7일 “성적이 부진한 학교에 유능한 교장을 파견했더니 1년 만에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의 교장 평가·양성기관인 국립학교리더십연구소(NCSL)는 보고서에서 “우수한 교장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지만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외 사례를 보면 우수한 교육 지도자가 교육 개혁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영어·수학 등 5개 과목을 포함한 중등학교 졸업시험(GCSE)에서 평균(C학점) 이상인 학생이 전교생의 30% 미만인 학교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약 1년 전부터 실적이 좋은 교장이나 교육 컨설턴트 128명을 이들 학교에 파견했다. 이들은 국가교육지도자(NLE)로 불리며 파견 학교의 교육 개혁을 이끌었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 초 638개에 달하던 폐교 대상 학교가 최근 480개로 25%나 줄었다. 교장들이 학력 평가가 낮은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학교 교장들도 분발하면서 상승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의 성과를 확인한 영국 정부는 앞으로 4년 내에 초등학교 300개, 중·고교 200개에 우수 교장을 추가로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또 학교 성적을 크게 높인 교장에게는 연봉을 대폭 올려 최고 12만5000파운드(약 2억6000만원)까지 주기로 했다. 능력이 뛰어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공립학교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강도 높은 교육 개혁의 하나다. 중등학교 졸업시험에서 C학점 이상인 학생이 전교생의 30%를 밑도는 학교는 2010년에 폐지하거나 민간이 운영하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만들 방침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설정했던 폐지 기준(전교생의 25%)보다 강화한 것이다. 영국 교육가족부는 이를 위해 올해 공립학교의 교육 정상화를 ‘국가적 도전(National Challenge)’으로 이름 붙이고, 이들 학교의 대대적인 교육 개혁에 기존 예산의 두 배인 4억 파운드(약 8300억원)를 배정했다.
에드 볼스 영국 교육가족부 장관은 “그동안 공립학교들은 학부모가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며 “새로운 교장과 교육 예산 확대가 공립학교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유능한 교장을 빈민지역 공립학교에 파견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계인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성적이 부진한 23개 학교를 폐쇄하고, 문제 교장 36명을 해고했다. 대신 유능한 사람을 교장으로 임명하고 이들에게 교사 해임 등 폭넓은 권한을 부여했다. 그 결과 학생당 교육 예산은 미국 내 최고 수준이면서도 학력 평가 결과는 최하위권인 워싱턴DC의 교육 경쟁력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셸 리 교육감은 지난해 뉴스위크의 ‘2008년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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