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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50. 대한체육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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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올림픽 열기는 시들해지고 있었다. 한국체육 세계화, 경기력 향상, 스포츠외교 강화, 선수 육성 지원 등 쌓인 과제를 수행하려면 국제스포츠계에 힘있는 사람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IOC 부위원장이 국가 올림픽위원장을 맡는 게 격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책임감 때문에 수락했다.

대한체육회장 시절 태릉선수촌에 만든 배드민턴 연습장.


2월 23일 치러진 체육회장 경선에서 신동욱 궁도회장을 26대13으로 이기고 대한체육회장도 겸임하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일제시대 젊은이에게 민족 정기를 불어넣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회장은 한국체육을 대표했다. 신익희·조소앙·김택수·민관식·정주영·노태우·박종규씨 등 거물들이 거쳐갔으며 김종열씨가 첫 민선 회장이었다.

체육회장으로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수 훈련환경 개선과 복지후생 증진이었다.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태릉선수촌 숙소를 대학기숙사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 ‘올림픽의 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 끝난 뒤 선수단을 이끌고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다.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방수현이 김영삼 대통령 옆에 앉았고, 나는 옆 테이블에 앉았다. 대통령이 방수현에게 “애로사항이 뭐냐”고 묻자 “연습장이 없습니다”고 대답했다. 김 대통령이 나에게 “김 회장, 배드민턴 연습장 짓는데 얼마 들어?”하고 묻기에 “핸드볼 연습장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두 개 합해서 300억 원입니다”고 했다. 김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예산 지원을 지시했다. 예산처·문광부 등과 협의해 150억 원을 타서 낡은 실내육상장을 개조해 반은 배드민턴 연습장, 반은 핸드볼 연습장으로 만들었다.

코미디언 방일수씨의 딸인 방수현은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연거푸 내가 시상을 한 인연으로 결혼식 주례도 섰다.

성남에 있던 올림픽 하키경기장을 시에서 축구장으로 바꿔버린 일이 있었다. 하키인들의 반발이 심했다. 태릉의 축구·육상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관중석 3000석을 만들어 하키·육상장으로 개조했다.

겨울종목 확충도 급선무였다. 태릉에 400m 트랙의 실내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전천후로 훈련할 수 있게 했다. 예산 250억 원을 확보했는데 관중석을 5000석으로 만들려면 50억 원이 더 필요했다. 할 수 없이 3000석으로 줄였다. 이곳에서 세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을 열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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