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람 베이커리’ 정진희씨 가족 시리아식 디저트 우리집에만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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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희(41·사진右)씨는 10대 소녀 시절부터 이슬람 교인이다. 집 근처에 이슬람 중앙성원이 있어 호기심도 있었고, 먼저 이슬람에 심취한 둘째오빠의 권유도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유학을 다녀온 오빠는 1998년 성원 근처에 자그마한 음식점을 냈다. 공부할 때 먹었던 음식이 그리워 직접 식당을 연 것. 진희씨도 식당 일을 돕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새벽 1시까지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르고 계산을 했다. 아무래도 이슬람교 손님이 많았다. 손님 중엔 저녁 늦게 찾아와 푸짐하게 한 상 차려 왁자지껄 먹고 가는 시리아 청년들이 있었으니 ‘VIP 고객’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유브 알 초바치라는 청년이 자꾸 진희씨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진희씨보다 한 살 위인 그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친척을 따라와 한국 차를 고국에 수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아유브(42)가 혼자 오는 날이 많아졌다. 양고기 케밥을 시켜놓고는 “음식이 맛있어 미칠 거 같아요”라며 서툰 한국어로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러다 아유브가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했다. 그가 싫지는 않았지만, 진희씨는 연애가 귀찮을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일부러 꼬아서 물었다. “그럼, 돼지갈비 먹으러 가요.” 그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교인 아닌가. 그런데 아유브가 한 술 더 떴다. “저는 안 먹지만 진희씨 먹는 거 보면 좋아요. 언제 갈까요?” 마음이 움직였다. 짬을 내 커피를 마시고 밥도 먹었다. 알면 알수록 믿음직스러운 남자라는 느낌이 왔다. 용기를 낸 진희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결혼해요.” 아유브는 망설였다. “결혼은 당신과 하겠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고 했다. 진희씨는 시원하게 이별을 선언했다. 두 달이 채 안 돼 전화가 왔다. “당신 없으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몰라보게 수척해진 아유브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어서 결혼해요.” 2001년 둘은 결혼 서약을 했다.

지난해 말, 또 하나의 축복이 찾아왔다. 아들 ‘아민’이 태어난 것. 한국어로도 어렵지 않은 아랍어 이름을 고르고 골라 그렇게 이름 지었다. ‘정직·성실’이란 이름의 뜻처럼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갈색의 긴 속눈썹과 살인미소를 가진 아민을 모르면 이 동네에선 간첩이란다. 잘 웃고 애교가 넘쳐 인기 만점인 아민은 ‘스마일 베이비’ ‘복돌이’로 불린다. 곧 아민의 돌잔치다. 부부는 잔칫상에서 아민이가 연필을 잡을까, 돈을 잡을까 살짝 궁금하지만 그저 건강하게 자라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한국에 온 이유를 물으면 곧바로 “우리 아줌마(진희씨) 만나러 왔지요”라는 아유브. “이래도 될지 모를 정도로 행복하다”는 진희씨.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이 참, 예쁘다.



아세요? 이슬람·중동·아랍

이슬람은 종교이고, 국가·지역에 무관하게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무슬림이라 일컫는다, 아랍은 아랍어를 쓰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말한다. 중동은 지정학적 개념으로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이었을 시절, 유럽의 동쪽을 극동(아시아)·중동(아라비아반도 및 북아프리카 등)·근동(그리스 등 발칸반도)으로 나눈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시 말해 파키스탄·인도 음식은 아랍 음식이 아니란 얘기다.

글 전수진 기자 사진 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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