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시티 파산 신청 … DHL은 미국 내 특급우편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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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2위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과 캐나다에 15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서킷시티는 3분기에 2억4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 배다. 매출액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업계 선두인 베스트바이가 덩치를 줄이면서 보수적인 영업을 해온 반면 서킷시티는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월마트 등이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것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서킷시티는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판매 부진이 이어져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킷시티는 본사 인력 가운데 700명도 감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미국 내 점포 721개 가운데 20%를 폐쇄하고 수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파산을 면치 못했다. 서킷시티는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자산이 34억 달러, 부채는 23억2000만 달러라고 법원에 신고했다.


부채 가운데 6억5000만 달러는 제품을 납품한 전자업체들의 채권이다. 삼성전자가 1억1590만 달러, LG전자는 4110만 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삼성·LG전자 측은 “수출입 보험에 가입돼 있어 물건값을 떼이더라도 직접적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금전적 손실은 없다 해도 앞으로 미국시장 판매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거래선마저 줄어들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초 특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 도이체포스트가 소유하고 있는 국제 배송업체인 DHL은 미국 내 특급우편 사업에서 철수하고, 9500명을 추가 감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DHL 미국 법인의 감원 규모는 1만4900명으로 늘었다. 또 캘리포니아·플로리다 등에서 연구개발·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통신장비회사 노텔이 2001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1300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여 타격이 크지 않았던 제너럴 일렉트릭(GE)도 마침내 경기침체의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가 9월 워런 버핏이 GE의 보통주를 처분했음에도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했지만 월가에서 ‘이제는 GE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가전업체 월풀,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 제약업체 머크 등이 수천 명씩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기업들의 해고 한파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년 경제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블루칩이코노믹 인디케이터서베이가 49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보다 0.4% 줄고 실업률도 7.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랜델 무어 블루칩 에디터는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의 경기 후퇴가 2001년이나 1990~91년보다 깊고 오래갈 것이란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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