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또 하나의 경쟁력,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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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시카고의 한 체육관에서 운동화, 트레이닝복, 선글라스에 검정 모자를 눌러 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피부색과 명연설 못지 않게 잘 빠진 몸매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앙SUNDAY가 오바마 몸의 매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운동과 패션, 스타일로 들여다봤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


타이를 매지 않은 슈트, 흰 셔츠 차림에 소매를 팔꿈치 아래까지 자연스럽게 걷어 올릴 것, 매일 한 시간 반은 피트니스 클럽에서 보낼 것, 발음은 정확하게 하되 너무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야기할 것. 40대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의 성공 루트를 따라 가기 위해 필요한 항목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의 한 체육관에서 운동화·트레이닝복·선글라스에 검정 모자를 눌러 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모자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긴 선거전 직후, 지칠 법도 하건만 그는 어김없이 스포츠센터를 찾았다. 그는 스스로 ‘스포츠센터광(狂)’이라 부른다. 스포츠센터에서 오바마는 몸을 만들었다. 선거인단 364명 대 162명의 압승을 거둔 오바마 경쟁력의 또 다른 비밀은 몸이다. 오바마의 몸은 매끈하게 잘빠졌다. 40대 장년의 유연한 몸매는 살아 있는 조각품처럼 유권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몸은 정기(精氣)를 담는 그릇이다.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눈빛·목소리는 그 몸에서 나왔다. 유세 여행에서 보여준 낙관주의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의 근원도 그의 몸이었다. 오바마 몸의 매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운동과 패션·스타일로 그의 몸을 들여다봤다.

운동을 위해 TV 끊고 잠을 줄인다
선거운동 중 오바마는 대개 타이를 매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헝클어진 이미지를 줄 수도 있는 노타이 차림이었지만 그는 멋지게 소화해 냈다. 잘 가꾼 몸 덕분이다.

미국 잡지 ‘멘즈 헬스’ 11월호 표지에 등장한 오바마는 인터뷰에서 “선거운동 기간에도 하루 90분씩, 주 6일 운동했다”고 밝혔다. 하루는 바벨이나 덤벨을 이용한 근력운동, 다음 날은 걷거나 달리는 유산소운동을 번갈아 하는 것이 그의 방법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 “TV를 끊고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오바마의 생활습관은 그의 노타이 전략에 일등공신이다.

남성의 슈트 차림에서 시선이 모이는 곳은 ‘V존’이다. 재킷의 라펠 사이로 만들어진 V자 안에는 셔츠와 타이가 있다. ‘재킷+셔츠+타이’의 조합이 이뤄지는 곳이다. 중심은 넥타이다. 슈트 차림을 전면에서 보면 면적도 얼마 안 되는 타이 선택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는 “이런 역할을 하는 타이가 없으면 시선은 이동한다.

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V존 아래쪽, 40~50대 남성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복부 방향으로 쏠린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키 1m86㎝, 몸무게 80㎏에 허리둘레는 33인치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허리라는 조건이 받쳐주니 ‘노타이 멋쟁이’가 가능했던 것이다. 배 둘레가 넉넉한 메케인이 노타이 차림으로 나왔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 호감 가는 스타일은 아닐 것이다. 올 4월 영국판 ‘보그’와 인터뷰한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는 오바마가 “정말 잘생긴 남자”라며 “그에게 내 옷을 입히고 싶다”고 밝혔다.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만 상대하던 톰 포드도 오바마의 매력적 외양이 탐났던 모양이다.


열정 드러낼 때도 과장 안해

오바마가 비음이 살짝 녹아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유권자에게 호소할 때 청중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른다. 펜실베이니아대 마크 리버먼(언어학)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오바마의 목소리가 “시를 읊조리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그의 음성을 두고서다. 오바마의 대중연설은 명연설로 불리며 유튜브에서 1000만 회 이상 재생될 만큼 폭발적 인기다. 리버먼 교수는 그의 말투에서 비밀을 찾아냈다. ‘반복의 효과’라는 것이다. 리버먼 교수는 “그가 자주 쓰는 ‘예스, 위 캔’이라는 말로 뮤직비디오 UCC를 만든 것처럼 부드러운 어법에다 반복해 문장을 말하면 노래처럼 들린다”고 했다.

오바마는 젊은 시절 뉴스 기상캐스터의 말을 큰 소리로 따라 하며 발음을 분명하게 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흑인의 언어가 불분명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다. 미국 언론은 그의 말을 ‘정치적 멜로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바마의 음성은 그의 품격 있는 행동 때문에 더 빛을 발한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조프 넌버그(언어정보연구센터) 연구원은 “오바마는 연설 서두에는 오른편을 보며 톤을 높이고 말미엔 왼쪽을 응시하며 톤을 낮춘다. 이런 태도는 킹 목사와 많이 닮았다”고 분석했다. 넌버그는 리버먼 교수처럼 오바마의 점잖은 태도를 주목했다. “열정을 드러낼 때도 결코 과장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청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 눈을 치켜뜨고 강조하고 싶은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과 정반대 태도다. 오바마의 매력을 넌버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의 표정과 몸짓은 충분히 절제돼 있다. 연설할 때 손의 움직임도 크지 않고 손동작이 있을 때도 몸통은 굳건하다. 마치 케네디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멋진(cool) 모습이다.”

토종 신사복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

오바마의 흰색 드레스 셔츠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의 흰 셔츠가 드러내는 이미지는 이렇다. “남성 정장의 기본인 흰 셔츠는 단정하면서 단호한 분위기를 낸다. 그냥 입으면 격식과 위엄을 갖춘 듯 보인다. 타이를 매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리면 캐주얼 셔츠와 같이 약간은 풀어진 것처럼 편해 보이는 이중적 매력이 있다.”(에스모드 서울 홍인수 교수)

딱딱해 보일 수 있는 흰 드레스 셔츠를 걷어 올려 입으면 영화 속 휴 그랜트처럼 조금 모자란 듯 넉넉해 보이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소매 밑으로 보이는 힘 있는 팔뚝으로 굳건하게 손잡아 줄 것 같은 복합적 분위기가 풍긴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즐겨 입는 슈트는 미국 토종 신사복 브랜드 ‘하트 샤프너 막스’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도, 4일 ‘승리 연설’에서도 같은 브랜드 옷을 입었다. 하트 샤프너 막스는 미국 전역에 매장 1000여 개, 슈트 한 벌에 600~900달러대인 브랜드다. 전형적 미국식 슈트여서 재킷의 밑단이 엉덩이를 충분히 덮을 만큼 길다. 첨단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가 입는 슈트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훌륭한 도구다. 하트 샤프너 막스의 근로자들은 미국 노동단체 중 가장 먼저 오바마를 지지한 ‘유나이트 히어’ 소속이다. 친노조 정책을 표방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그는 이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근로계층 유권자의 지지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강승민 quoiqu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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