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아버지, 누구인가?…가난한 농사꾼에서 거제도 갑부까지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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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의 아버지, 전상우

전두환 대통령의 불 같은 성격은 어머니 못지않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군대 시절에는 부하들을 몰고 다녀 보스 기질이 강했고, 재임 중에는 장관의 정강이를 걷어찰 정도로 폭압적 권력자였던 전 대통령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아버지 전상우 씨는 가난한 농부였으나 마을 구장을 지낼 만큼 상당한 한문 지식을 지닌 지식인에 속했다.

성격이 괄괄해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 성격은 고스란히 아들 전두환에게 대물림됐다. 전상우 씨는 의리가 강해 아들 전두환이 여덟 살이던 1939년에 동네 노름꾼의 빚보증을 서주느라 종토(宗土)를 저당잡혔다. 이 종토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합천 읍내 주재소 순사부장의 소환을 받았으나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그러다 그해 겨울 마을 어귀에 있는 ‘요덕뜸’이라는 낭떠러지에서 순사부장과 맞닥뜨렸는데 엉겁결에 그를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곧바로 만주 지린(吉林)성으로 야반도주하고 말았다. 일제 치하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 순사를 낭떠러지 밑으로 밀어버리고 도망친 아버지의 강인한 성격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인 1982년 5월 출판하려다 포기했던 <촛불>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에 따르면 “아버지는 유도 3단의 시즈오카 순사부장을 100길의 낭떠러지로 내던진 애국자였다”는 대목이 나온다. 일제 하에서 마을 구장을 지낸 것을 보면 꽤 지적 수준이 높았고 보스 기질이 있었으며, 노름꾼 빚보증을 서주는 것을 보면 의리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슬 푸른 일본 순사를 밀어버렸다는 것을 보면 보통 강심장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가족이 만주로 도망간 지 2년 만에야 돌아오는 바람에 어린 전두환은 또래보다 2~3년 늦게 호란보통소학교를 졸업했고, 1947년 대구공업중학교에 입학해 50리나 되는 먼 길을 걸어 다녔다. 전 대통령은 비록 학업성적은 탁월하지 못했지만 무엇이든 남보다 앞서고야 말겠다는 ‘선두 강박심리’를 갖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전 대통령의 아버지 못지않게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가 바로 어머니 김점문 씨다. 김씨는 아들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강했는지, 지나가는 승려가 어머니의 튀어나온 앞니가 아들의 운세를 가로막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가 쇠 집게로 생니 3개를 뽑을 정도였다. 강인한 아버지와 억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전두환이었으니 10·26과 12·12와 같은 국가적 격동기에 놀라운 담력과 투지로 권력을 쟁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cj0208@hanmail.net]

전두환 대통령의 아버지, 전상우 ─ 일본 순사에게도 대든 괄괄한 강심장형

■최진

고려대 법대 및 동 대학원 행정학 박사. 청와대 정책비서실 국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정책홍보실장. 고려대 행정학 연구교수, 한국행정학회 이사. (현)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한국리더십개발원 원장, 경희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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