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과시 와인에 취하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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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며칠 전 중국의 한 부동산 재벌이 벌인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했던 한국 교민은 깜짝 놀랐다. 테이블 위에 병당 2000~3000위안(약 34만~51만원)을 호가하는 프랑스산 마고 포도주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재벌이 몇몇 귀빈만 선별해 별도로 마련한 자리에는 병당 1만 위안(약 170만원)이 넘는 프랑스산 라투르가 나왔다. 손님들은 라투르를 맥주 들이켜듯 단숨에 마셨다. 병은 금세 비워졌고, 곧바로 새 병이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돈 많은 중국인들에게 고급 포도주는 ‘신분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포도주 전문점 꺄브의 베이징(北京) 지점 최윤호 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전한다.

“중국의 신흥 갑부, 연예인 등은 수만 위안에서 수십만 위안짜리 포도주를 박스째 들여놓고 마신다. 7000~8000위안짜리 포도주를 마시는 부자는 흔하다”고 전했다.

중국 포도주 시장은 2000년 들어 매년 30~40%씩 성장했다. 수입 포도주는 공식 통계가 잡히는 2005년 이후 매년 평균 36%씩 성장했다. 톈진(天津)항의 경우 2007년 1분기 동안 수입된 호주산 포도주는 6691t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43배나 늘었다. 칠레산은 전년에 비해 69배나 늘어난 5179t이 수입됐다. 닝보(寧波)와 광둥(廣東)성의 각종 항구에서 집계한 외국 포도주 수입량도 매년 50~100%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포도주 연구기관인 영국의 ISWR/DGR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 내 포도주 소비량은 전 세계 포도주 소비량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2년 후에는 전 세계 포도주 소비량(2388만2500t)의 2.5%에 육박하는 55만8000t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인들은 고급 포도주를 선호하고 있다. 프랑스 유명 샤토산 포도주의 가격 변동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300여 종의 외국산 포도주를 수입하는 궈밍터(國名特)의 한 관계자는 “라피예트·마고·라투르·오브리앙·무통 등 명문 샤토의 제품은 평균 20일 간격으로 값이 오른다”고 전했다. 워낙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재고가 부족해 가격이 뛰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아예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이다 보니 프랑스 본토의 포도주 값까지 들먹이고 있다. 한 해 1억 달러 이상의 포도주를 수입하는 ASC의 베이징 지사 관계자는 “최고급인 그랑 크뤼급 포도주는 중국 내 수요 때문에 출고가가 평균 15% 이상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산 포도주 소비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공식 통계가 잡힌 2005년 이후 매출액과 총 수입이 매년 20% 이상 증가했다. 다이너스티(王朝), 그레이트월(長城), 장위(張裕) 등 3개 브랜드의 매출액이 51.1%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내 포도주 소비는 아직 미약하다. 전체 주류 소비량의 1.5%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포도주 소비량(0.7L)도 전 세계 평균치(6L)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잠재력이 무섭다. 국제 포도주 전문가들은 “2020년께면 포도주의 잠재적 수요자로 분류될 수 있는 중국 내 중산층이 5억 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때쯤이면 전 세계 포도주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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