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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세상탐사] MB,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결정적 조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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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깃발은 힘이 없다. 깃발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위해 내걸었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시큰둥 하다.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정부는 은행과 건설업체에게 돈을 퍼주기로 했다. 국민은 미국 발 금융 위기 탓이 크다는 점을 안다. 그러나 못마땅하고 괘씸하다. 은행들은 잘 나갈 때 연봉인상에 열 올렸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푸대접했다. 건설업체들은 경기 좋을땐 분양가를 부풀렸다. 서민 가슴을 멍들게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세금으로 거액을 지원 해주기에 앞서 뼈아픈 반성문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은행장들은 연봉(6억~20억원) 삭감을 결의했다. 얼마나 실천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그런 생색내기론 서민과 중산층의 울화와 반감을 진정시킬 수 없다.

위기다. 위기 관리의 리더십은 헝클어졌다. 국민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공직 사회의 탈선은 정권 불신을 결정적으로 키우고 있다. 민심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반면 공기업 사람들은 국민 세금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 그러니 이대통령의 깃발 아래 국민이 흔쾌히 모일 까닭이 없다. 공직 타락은 정권 신뢰 회복의 치명적 장애물이다. 청와대는 그 점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 집단에 대한 과감한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기업은 공룡이다. 한꺼번에 공략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 센 곳 하나를 타깃으로 설정해 힘을 쏟아야 성공한다. 그 것은 옛 좌파의 혁명 전략만이 아니다. 국정 혁신의 효율적인 선택과 집중이다. 목표물이 드러났다. 거대 공기업 한전은 그중 하나다.

한전은 지난 9월 나랏 돈 6680억원을 탔다. 추가경정예산에서 손실 보전금으로 지원받았다. 지원을 안하면 전기 값이 오르고 서민이 고통을 받는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서민’을 팔아 재미를 봤다. 한달 뒤 국정감사장. 한전의 ‘서민 배신’은 드러났다. 한전 자회사의 임원들은 외국에 갈 때 비행기 1등석(퍼스트 클래스)을 탄다. 1등석 요금은 3등 이코노미의 5~6배다. 정부 차관은 비즈니스(2등석)다. 공기업 임원은 3급 공무원 직급이다. 규정위반이고 몰염치다. 적자를 메운다며 세금을 타내면서 호화판 행각을 벌인 것이다. 그 세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도 담겨있다. 성실한 봉급 생활자의 땀이 서려있다.

눈물과 땀은 실망과 분노로 응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분노의 배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에 대한 냉소와 거부감으로 표출된다. 그게 대중 심리다. 배출구는 공기업의 비리와 낭비에 대한 응징과 혁신이다. 강만수 장관의 경제팀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다고 정권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대중의 기대와 열망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적 지지를 다시 얻는 지름길이다.

쌀 직불금 파문은 국정의지의 시험대다. 2006년 농사를 짓지 않고 직불금을 부당하게 탄 사람은 17만명.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들이 4만7000여명, 고위 공직자가 100여명이다.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의 명단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국정조사에 의존해선 안된다. 위기 관리의 리더십은 상황의 주도권을 잡는 능력이다. 다수 국민은 이대통령의 공직 기강 확립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위기는 기회다. 특히 이대통령의 삶에서 익숙한 구절이다. 고통의 솔선수범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이대통령은 중대결심을 해야 한다. 전략적 마인드도 다듬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정길 실장 아래 청와대 참모들의 역량도 드러날 것이다. 공직 사회의 썩은 곳을 뜯어 고치는 고통의 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경제난 돌파의 대열에 동참한다. 은행도 건설업체도 정신 차린다. IMF 환란 때 금 모으기 같은 경제 살리기 운동이 재현된다. 경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역전 시킬 수 있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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