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탄핵 심판, 소수 의견도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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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어제 전체회의인 평의를 열고 오는 14일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헌재는 선고 당일 생방송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시민들이 결정 내용을 빠르고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됐다.

헌재가 사건이 접수된 지난 3월 12일 이후 심리를 서둘러 두달여 만에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건인지라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데다 그동안 찬반 논쟁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왔기 때문이다. 헌재가 선고 당일 생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국민에게 결정 내용을 신속.투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관의 소수 의견 공개 여부에 대해선 "선고하는 날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따라서 헌재가 내부 이견이 있어 이 문제를 더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어떤 의견을 모았으나 밝히지 않겠다는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어떤 쪽이 소수 의견이든 그것을 공개하는 게 옳다고 본다. 찬성하는 쪽은 왜 찬성했으며, 반대하는 쪽은 왜 반대했느냐는 찬반의 논리를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물우물 뭉뚱그려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다. 그것은 이번 판례가 귀중한 역사적 선례가 되며, 우리 법치의 전통을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법률의 위헌심판이나 권한쟁의 및 헌법소원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을 들어 탄핵심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전례 등에 비춰 소수 의견을 실명으로 밝히는 게 합당하다. 2000년 12월 미 연방대법원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재검표 결정이 연방헌법의 투표자 평등대우 조항을 위반한 것이란 결론을 내리면서 소수 의견을 공개했다.

헌법재판소가 혹시 여론이나 정치 기류를 의식해 소수 의견이 다수의 등 뒤에 숨게 해선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사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