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代 폭주족의 살인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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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쁜 풍속일수록 전파속도는 더 빠른 법이다.미국과 일본에서 성행하던 폭주족 유행이 90년대초 이땅에 전파되더니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는 새로운 사회악으로 발전하고 있다.철없는 10대들로 가볍게 치부하기엔 이번 사건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새벽길에서 무섭게 바로 옆을 스치고 달리는 폭주족을 향해 행인이 야단치자 벽돌로 머리를 쳐 숨지게 하고 도망쳤다니 말이다.
왜 폭주족인가.이들은 마치 마약중독처럼 속도감속에서 희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그러나 단순히 속도쾌감으로 끝나질 않는다.자신의 생명을 저당하고 남의 목숨까지 희생하면서자신의 쾌감을 방해하면 살인을 서슴지 않게 되어 버렸다.전국에2천명 이상의 폭주족이 새벽이면 살아나 죽음의 쾌감을 즐긴다고한다. 폭주족에 대한 경고와 단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도 경찰은 폭주족과 전쟁선포까지 하면서 단속을 벌였고,정비업소는 폭주족 오토바이는 절대 수리하지 않겠다고 결의까지 했다.그러나 단속은 소나기식이었고 결의는 돌아서면 물거품이될뿐이니 폭주족 숫자는 늘어만 간다.
올 상반기중 서울시내 폭주족 단속건수는 9만8천여건에 이른다.그러나 그 대부분이 즉심과 범칙금납부라는 1회성 처벌로 끝나버리고 경찰이 단속자체의 위험도 때문에 단속마저 꺼리고 있다.
요즘 이들이 사용하는 오토바이는 기상천외의 변칙수 리로 달릴수록 폭음이 증폭되고 위협적 굉음까지 울려퍼지고 있다.정비업소의도움없이 이들의 변조가 불가능할 것이다.생업용도 아닌 고가의 오토바이가 늘면서 이른바 「이륜족(二輪族)」이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폭주족 광기를 바로 잡는 길은 경찰의 철저한 단속과 정비업소의 수리 거부결의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여기에덧붙여 고가의 오토바이를 사주는 부모의 잘못된 자녀사랑이 자식과 남의 목숨까지 앗아간다는 철저한 반성없인 폭 주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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