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강만수 감싸는 ‘진짜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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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관료 중 하나다.

6월 초부터 사퇴하란 얘기를 들었다. 쇠고기 파문이 한창일 때다. 야당은 물론 시장의 불신도 크다. 여당 내부에서도 “강 장관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무리”(홍준표 원내대표)란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하지만 좀 다른 듯하다. 국무회의 때 일이다. 강 장관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오른편에 앉았던 이 대통령이 보다 못해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곤 “어제 뭘 했기에. 피곤한가 보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참석자는 “친구의 허물을 덮어 주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고 기억했다. 6월 강 장관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다. “전화를 연결할까요”라는 물음에 이 대통령은 “아니, 직접 가 보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이 장관의 상가(喪家)를 찾는 이례적인 일은 그래서 벌어졌다.

지난해 BBK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 강 장관은 대선 캠프에서 이런 푸념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BBK로) 돈 벌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안 될 거라고 말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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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만났다. ‘소금회(소망교회 금융인선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강 장관을 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발탁했다. 이후 두 사람은 ‘경제 정책의 동업자’였다. 지난해 경선 직후 참모들이 “강 장관과 일 못 하겠다”고 불평하자 이 대통령은 “글쎄 말이야”라고 맞장구쳤지만 정작 강 장관의 역할을 줄이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을 잘 아는 이들은 그러나 “강 장관의 유임을 친분 관계나 신뢰 문제로 받아들이는 건 잘못”이라고 말한다. 정치·경제적 상황, 이 대통령의 성향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란 점을 꼽는 목소리가 크다. 싸움 중 장수를 교체할 수 없다는 논리다.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도 “훈련을 세게 했는데 뭘 또 바꾸나”(5월), “각 정권 경제장관들이 1년도 못 채우고 바뀐 예가 많다. 신뢰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9월)고 말했었다.

쇠고기 파문으로 ‘MB노믹스(이명박 경제정책)’를 잘 아는 사람들이 떠난 탓도 있다. 강 장관이 거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박희태 대표는 그 무렵 이 대통령과 만난 뒤 “강 장관을 하차시키면 경제정책에 단절이 생겨 오히려 국정에 차질을 빚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근래에도 자주 “내 정책 기조를 공무원들이 잘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고 한다. 한 측근은 “일종의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강 장관 교체론이 강 장관만을 겨냥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이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도 그렇고 나도 경제를 많이 해 본 사람이다. 강 장관이 혼자 책임지고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나라당 재선 의원은 “강 장관 사퇴는 곧 MB노믹스의 실패, 혹은 이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고를 거듭하고 새 사람을 쓰는 데 주저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한 이유로 꼽힌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여권 내에선 강 장관 사퇴론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적 전망은 그러나 엇갈린다.

홍 원내대표는 “(강 장관의 사퇴는) 연말이 지나봐야 판단이 설 문제”라고 말했다. “(여권) 정비 기간에 강 장관뿐 아니라 전 내각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믿고 기다려 보고 도저히 안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결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 당직자도 “연말이든 연초든 정비 과정엔 전혀 다른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권에선 ‘물러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반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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