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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1년’도 못 가는 공기업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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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이것 참…. 공기업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놓고는 이래선 안 되지.”

10일 정부의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본 김광수 강원대 교수의 첫 반응은 이랬다.

정부는 8월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319개 공공기관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38개를 민영화하고 5곳은 없애며 38개 기관을 17개로 통합하는 등 모두 108개 기관을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보기 좋게 덧칠한 것이다. 38개 민영화 기업 중에는 ▶정부 지분을 절반 이하만 매각하는 5개 사 ▶대우조선해양처럼 언젠가는 되팔기로 돼 있는 공적자금 투입 15개 사 ▶산업은행처럼 진작 민영화가 확정돼 있던 7개 사가 끼어 있다.

새로 민영화하는 곳은 11개 사뿐이다. 그나마 11개 사에는 지난해 매출이 40억원에 불과한 농지개량(농업용 수로관 생산업체) 등 피라미급이 많다. 당초 “50~60개 사를 민영화하겠다”고 했던 데 크게 못 미치는 문자 그대로 ‘용두사미’ 개혁이다.

덩치 큰 기관의 통합도 불투명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통합이 그것이다. 정부는 10일 신보와 기보 통합 방침을 밝히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반대해 결정을 연말로 미뤘다. “금융위기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는데, 신보와 기보를 통합해 중기 지원 체제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세운 논리가 궁색하다. 통합한다고 지원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합은 1~2년 뒤에나 이뤄지는 것이어서 당장 중기 지원 체제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속내는 ‘지역 표’에 있다. 기보 본사가 있는 부산 시민들이 큰 기업을 잃을까 통합에 반대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미지근한 반응이어서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도 ‘신보·기보를 반드시 통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토론회 등을 거쳐야 한다”고 발을 뺐다. 주공·토공 통합도 난항이 예상된다. 토공 본사가 옮겨가기로 돼 있는 전북 지역과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위기로 어수선한 틈에 정부는 공기업 개혁의 칼을 슬그머니 칼집에 집어넣었다. 방만 경영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공기업을 확 바꿔 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뒤로 한 채….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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