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키위, 영양소 ‘보물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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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키위(사진)가 노화 억제, 성인병 예방에 유익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농림부 산하 아칸소 아동영양센터가 최근 ‘미국 컬리지 영양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키위에 든 항산화 성분의 효능이 포도·딸기보다 월등 높았다.

연구팀은 세 과일의 항산화 성분의 효능을 비교·평가하기 위해 7명의 건강한 여성에게 키위·포도·딸기를 하루에 각 300g씩(포도는 280g) 섭취하도록 했다. 이 연구에서 항산화 성분의 효능을 나타내는 ORAC(Oxygen Radical Absorbance Capacity, 유해산소 흡수 능력)값이 키위는 12.5였는데 반해 포도와 딸기는 각각 4.2, 1.7에 그쳤다. 노화·성인병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키위는 항산화 성분을 연구하는 학자에게 매력적인 대상이다. 인간의 유전자(DNA)가 유해산소로 인해 손상받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주는 성분이 분명히 들어 있다고 믿어서다.

녹차의 카테킨, 토마토의 라이코펜, 고추의 캡사이신처럼 키위의 핵심 항산화 성분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비타민 C·비타민 E·베타카로틴 등 비타민과 플라보노이드·카로티노이드 등 폴리페놀이 키위의 ORAC값을 올린 비결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특히 비타민 C는 한 개만 먹어도 하루 비타민 C 요구량을 채우고도 남는다. 비타민 C 함량이 100g당 100㎎ 내외로 오렌지의 2배, 사과의 6배에 달한다. 비타민 C는 대표적인 수용성 항산화 성분이다.

지용성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도 풍부하다.

키위는 또 칼슘(뼈 건강 유지)·칼륨(혈압 조절)·식이섬유(변비 예방·콜레스테롤 저하)·엽산(기형 예방) 등 소중한 영양소의 ‘보물창고’다. 열량도 부담없다. 그린 키위는 100g당 72㎉, 골드 키위는 55㎉다. 미국에서 2만여 종의 식품을 대상으로 랭킹을 매겼는데 생선에선 연어, 과일에선 키위가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엔 ‘국민병’인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장된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연상 교수는 “당뇨병은 과다한 신진대사로 인해 유해산소가 체내에 많이 생긴 상태”이며 “비타민 C· E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키위는 유해산소를 없애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고 조언했다. 같은 양을 섭취했을 때 포도보다 혈당이 덜 올라가고, 식이섬유가 다량 들어 있어 당뇨병의 혈관 합병증 예방을 돕는 효과도 있다.

‘옥의 티’도 있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는 “시금치처럼 옥살산이 들어 있다”며 “일부 예민한 사람이 덜 익은 키위·토란·파인애플·멜론 등을 먹은 뒤 입이 따끔따끔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옥살산 결정 탓”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과일이 익으면 옥살산의 양은 대폭 줄어든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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