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1만km를가다>7.야생동물들의 낙원 창탕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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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창탕고원은 야생동물의 낙원이다.창탕이라는 뜻은 티베트어로 북방의 공지(空地)를 의미한다.
해발 평균 고도 5천인 창탕고원은 공기가 희박하고 날씨마저 한랭.건조하다.연간 강우량이 60㎜에 불과해 인간이 살기에 부적합한 곳이다.
따라서 창탕고원은 1년중 석달도 채 안되는 여름철동안 유목민들이 가축을 몰고 찾을 뿐 인적이 드문 무인지대다.창탕고원의 광활한 초원은 야생동물이 모여드는 천국일 수밖에 없다.
티베트를 통치하고 있는 중국 정부도 93년 독일 크기만한 30만평방㎞의 창탕고원 일부를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탐사중 야생당나귀와 처음 조우한 곳은 니마(尼瑪)현에서 성호당러융춰(當惹雍錯)로 찾아가는 도중이었다.탐사 차량이 접근하자야생당나귀가 내달리기 시작했다.한동안 차량과 나란히 달리던 야생당나귀는 이내 차량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中國,보호구역 지정 차 안의 탐사대원들은 운전기사에게 『더 빨리』를 외치며 야생당나귀를 따라잡아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비포장 초원 길을 시속 60㎞로 달려도 「고원의 경주자」 야생당나귀는 한발 앞서 달아났다.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오른편 산등성이로 사라지는 날씬한 야생당나귀의 잔영이 아쉬움을 남겼다.
탐사팀은 잠시 차를 달려가다 일행을 잃고 홀로 헤매는 야생당나귀 한마리를 발견했다.50쯤 가까이 다가가자 당나귀도 일정한거리를 두고 달아났지만 도망가는 기색은 아니었다.
덕분에 야생당나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야생당나귀는 귀가 크고 전체적으로 몸에 균형이 잡혀 늘씬한 모습이었다.목부터 가슴과 엉덩이는 흰색이고 나머지는 회갈색인 것이 질주할 때의 기품은 보는 이가 한눈에 반하기에 충분했다.
당러융춰로 가는 길에 발견한 또 다른 야생동물이 영양(羚羊)이다.갈색의 몸 뒤편에 새하얀 엉덩이를 드러내는 것이 영양의 특징이다.사람만 보면 달아나기 바쁜 영양은 민첩성에서 야생당나귀보다 한수 위다.시속 80㎞의 속력을 자랑하는 영양은 탐사팀을 만나면 사정없이 내빼다가 반드시 뒤를 돌아보고 다시 달아나는 호기심 많은 동물이다.
영양은 평소에는 제각각 활동하지만 교배기가 되면 초원에 집결해 암컷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끼리 각축을 벌인다.
교배가 이뤄진 뒤 5월로 접어들면 영양은 새끼를 낳기 위해 기러기가 있는 북쪽으로 3백~4백㎞씩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이곳에서 영양 새끼들은 기러기의 분비물을 먹고 자라고기러기도 영양 새끼의 태반과 탯줄등을 먹으며 공생한다.새끼들이어느정도 자라는 늦은 여름이 되면 영양은 다시 남쪽으로 귀향여행을 떠난다.
귀향여행중 강을 만나면 수컷들은 강으로 들어가 일렬로 줄을 지어 새끼들이 등을 밟고 강을 건너도록 하는등 「아버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양은 봄이 되면 가죽 속에 사는 벌레 배충(背蟲)이 등가죽을 뚫고 나와 가려움증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영양은 별 수 없이 설산으로 올라가 배충을 동면시켜 가려움증을 해결한다.때문에영양은 봄만 되면 설산을 오르내리는 「번거로운 등반」을 반복한다. ***영양,雪山 오르내려 당러융춰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니마현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것이 야생 야크다.
야생 야크는 티베트어로 「예머뉴」라고 부른다.예머뉴는 주로 해발 5천이상의 고지에 사는 야생동물로 중량이 무거운 것은 1천㎏에 달한다.몸 밑으로 커튼처럼 드리운 긴 털을 빗자루로 땅을 쓸듯 설렁설렁 움직이는 야생 야크는 위엄 있고 당당해 보였다. 더욱 가까이 가보자는 탐사대원들의 요구에 티베트인 운전기사는 『워낙 사나워 위험하다』며 더 이상의 접근을 꺼려했다.
야생 야크는 티베트 유목민들에게 인기있는 생활필수품을 제공해준다.야생 야크로부터 얻는 것은 머리빗이다.야생 야크의 혀에는가시가 돋아있어 한번 사람의 얼굴을 하아내리면 살갗이 벗겨진다고 한다.티베트 유목민들은 사냥한 야생 야크의 혀를 햇볕에 말려 머리빗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들쥐는 꼬리없어 창탕고원 뿐만 아니라 티베트 초원을 여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초원의 수많은 쥐구멍과 들쥐다.티베트의 들쥐는 털이 회색.갈색.흰색과 회색이 섞인 것등3종류가 있는데 모두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유목민들은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목초지를 황폐케 하는 들쥐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들쥐를 잡아먹는 족제비.매.들고양이등이 있지만 천적은 되지 못한다.
글.사진=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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