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만이라도 확실히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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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말물가 억제선인 4.5%가 9월 상순에 돌파됐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이미 이 목표치를 지키기 어렵다는 분석과 전망은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이다.그러나 사상최대의 경상수지적자가 예상되고 성장률도 6%대로 추락중인 시점에서 물가 마저 목표치를 훨씬 넘긴 것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그야말로 세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됐으니 말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4.3% 상승에 그친데 비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매우 가파르다.만약 추석을 지나면서 물가가 더 뛰고,연말까지 예측대로 4.9~5%에 이른다면 우리는 다시 고물가시대로 회귀하게 된다.국제수지적자 확대와 성장률 추락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물가라도 확실히 잡자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지닌다.
당정은 공공요금의 연내 인상을 미루고 소비자단체의 물가감시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대형 할인점의 가격파괴를 확산시킨다는 몇가지 응급대책을 세웠다.그러나 관리물가체제를 벗어난지 오래인 오늘의 경제풍토에서 정부의 물가대책이란 매우 제한적 이며,그 효과도 미지수라 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안정시책이 보다 강도높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러자면 민간 섹터의 허리 조르기를 권장하는 것 못지 않게 정부도 자신의 씀씀이를 절약하면서 안정기조의 회복에 일조(一助)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고물가구조는 내년까지 장기화(長期化)할지도 모른다는 점과 고비용(高費用)구조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거듭할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그 이유는 97년 대선분위기로 사회적 씀씀이가 방만해질 수 있고,만성화된 고환 율.고임금.고지가.고물류비 등 이른바 고비용구조가 결과적으로 고물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이미 내년 경제를 안정과 긴축기조로 가져가지 않으면 물가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물가안정위주로 통화관리를 하겠다는 한국은행의 약속과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다짐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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