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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돌아온 ‘국민 여동생’ 문근영… 능청스러운 남장 연기로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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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문근영 이전에 한국엔 ‘국민 여동생’이 없었다. 국민가수 이미자·조용필, 국민배우 안성기는 몰라도 국민 오빠, 국민 엄마 등 가족에 대응한 새로운 호칭은 모두 문근영에게서 비롯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문근영을 통해 ‘1970년대 국민 여동생’ 임예진이 주목받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문근영에게 쏟아진 관심은 2000년 작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시작된다. 당시 주인공은 송승헌·원빈·송혜교 등 지금도 한류의 주축을 이루는 톱스타들이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를 낳은 것은 송혜교의 아역이었던 문근영과 선우은숙 사이에서 펼쳐졌던 눈물의 모녀 연기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당시 13세였던 문근영이 보여준 연기력은 이미 성인 배우 수준에 올라 있었다.

그 ‘저항할 수 없는 귀여움’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이 기간 문근영은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까지 세 편의 영화로 대한민국의 모든 총각을 오빠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롤리타 콤플렉스’를 들먹이기도 했지만 요즘의 ‘원더걸스’와 비교하면 참 어이없는 얘기다.

2006년 19세의 대학 신입생(성균관대 국문과)이 된 문근영은 ‘첫 성인 연기 도전’이라는 문구로 포장된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제 2기의 문을 열었다. 결과는 ‘잠시 쉬어 가라’는 진단. 사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광고와 달리 아예 성인 도전이 아니었다. 여전히 영화는 문근영의 하이틴 이미지에 매달렸고, 상대역 김주혁은 연인이 아닌 삼촌으로 보였다.

이 영화의 실패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생긴 안티(‘자력으로 수능을 치러 대학에 가겠다’고 했던 문근영이 결국 특례 입학한 것을 비판)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2007년 한 해를 꼬박 쉰 문근영은 9월 24일 첫 방송을 탄 SBS-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컴백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가인 혜원 신윤복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추정에서 출발하는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이 원작. 문근영은 그 신윤복 역이다.

단 두 편이 방송됐지만 문근영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입을 삐죽거리는 앳된 소년 모습은 더없이 잘 어울렸고, 김홍도 역의 박신양을 향해 외치는 “야 이 그지 같은 놈아!” 같은 대사는 이제껏 문근영이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수위 높은 대사로 기록될 만했다. 하지만 문근영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의 화원’은 ‘성인 역할로의 변신’이라는 전 세계 아역 출신 배우들의 공통된 난관을 이번에도 슬쩍 피해 간 작품으로 보인다. 이번 신윤복 역할은 성적 이미지가 배제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남장 여자 판타지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양축 설화’로부터 대율법학교에 몰래 들어간 여학생 이야기를 다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주연의 영화 ‘옌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남장 미녀의 등장은 동성애적 분위기와 이성애의 느낌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고래로 수많은 이야기꾼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지만, 정작 그 대상이 되는 캐릭터는 중성적 이미지로 희석되어 버리고 만다.

이 때문에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 첫 회에서 벗은 등을 노출했음에도 전혀 선정적 느낌을 주지 않는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 속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원인 성인 연기자 변신은 또 다음 작품으로 미루게 됐지만 변함 없는 탄탄한 연기와 사랑스러운 모습은 ‘안티’를 제거하는 데에는 꽤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혹자의 말처럼 이 작품으로 ‘국민 남동생’이 되는 건 아닐지.

송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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