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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유류할증료 ‘엉뚱한 주머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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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초부터 자사 국제선 전 노선의 비행기표를 판매 대행하는 여행사에 유류할증료의 7%를 수수료로 떼주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라 항공권 값을 올려주는 것으로 구매 고객들이 인상분을 전액 부담한다.

유류할증료가 올 들어 세 배 가까이 오르면서 고객 부담은 늘어났지만 여행사들은 항공권을 팔면서 더 많은 수수료를 얻게 된 셈이다. 아시아나 측은 “어려움을 겪는 여행업계와 상생하는 뜻에서 유류할증료에서 수수료를 일부 떼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05년 국내에 유류할증료를 처음 도입할 때부터 발권수수료(국제선 7%, 국내선 5%)와 함께 유류할증료에 대한 수수료를 여행사에 지급해 왔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미주 노선을 제외한 전 국제선 노선에서 유류할증료 수수료 지급을 하지 않았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운임과 별도로 고객이 부담하는 것이라 유류할증료 수수료를 여행업계에 주는 건 옳지 않다”는 연유를 들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7월 “여행업계가 어려우니 유류할증료 수수료를 여행사에 지급해 달라”고 요구할 때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 방침을 바꾼 것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를 돕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 항공사가 유류할증료의 일부를 여행사에 나줘주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눠줄 게 있다면 고객의 유류할증료 부담을 그만큼 낮추는 게 논리적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의 한 임원은 “우리 회사는 상반기에 6300억원 적자를 낼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데다 유류할증료는 우리의 유가 추가부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 항공권 판매의 80%를 여행사가 대행하는 상황에서 여행사에 수수료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의 김상도 국제항공과장은 “아시아나가 유류할증료 수수료를 여행사에 새로 주기로 한 것은 발권수수료를 없애는 국제적 추세에 어긋난다. 하지만 수수료 문제는 기업 간 거래라 당국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유류할증료 수준은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개월 새 원-달러 환율이 200원 가까이 오르면서 소비자의 유류할증료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달러 기준이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가 크게 오르면서 전체 운임에서 항공료보다 유류할증료 부분이 두 배 이상 되는, ‘배보다 배꼽이 큰’ 항공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도 유류할증료 부분을 현금으로 내야 해 사실상 공짜 항공권은 사라졌다. 가령 4인 가족이 마일리지로 미국 보너스 항공권을 신청하면 마일리지가 공제되는 것 이외에 200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그래서 유가인상 요인을 아예 항공료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측은 “운임은 한번 인상하면 다시 내리기 어렵다. 유가가 떨어지면 이를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유류할증료 제도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유류할증료=국제유가가 급상승할 때 기름을 많이 쓰는 항공운송업계의 손실 보전을 위해 항공운임과 별도로 정부가 기준을 마련해 부과하는 요금. 과거 두 달간 싱가포르 항공유의 평균가를 적용해 두 달 단위로 바뀐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할증료 조정은 11월 이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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