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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개판’ 돼도 즐거운 오디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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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낯선 상황에 놀란 탓인지 오디션에 참가한 개들의 표정은 험악해지기 일쑤였다. 심지어 실례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강정현 기자]

냄새가 진동했다. 면접 대상자는 가만히 자리에 있질 못한 채 마구 움직였다. 심지어 오줌과 똥도 쌌다. 아니 이래서 어찌 정상적인 면접이 가능할까.

‘뮤지컬 개’ 오디션 얘기다. 사상 초유의 개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에서 열렸다. 올 연말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용이다. 도로시의 모험담이 큰 줄기인 이 작품엔 도로시를 졸졸 쫓아다니는 개 ‘토토’가 등장한다. 도로시 가출의 동기를 부여하고 사건의 마무리에 단초를 제공하는, 비중있는 인물(?)인 터라 아무나 쓸 순 없었다. 제작사인 서울시뮤지컬단이 이날 전격적으로 개 오디션을 실시한 이유다.

공고를 낸 뒤 신청한 개는 모두 38마리. 연습실 주변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대기실에서 주인들은 개를 안고 끌고서 달래기에 바빴고, 나름 독특한 장기를 보여주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짜기도 했다. 종류는 갖가지. 귀여운 푸들을 필두로 마르티스와 요크셔테리아 등도 보였다. 심지어 80㎏에 육박하는 초대형 세인트버나드도 있었다. 하지만 ‘토토’가 작기 때문에 이 개는 정식 오디션에도 참여해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개에게 노래를 부르게 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면 평가는 어떻게 할까. 나름 방법이 있었다. 우선 개를 중앙에 놓고 주인과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들 너댓명이 갑자기 등장한다. 낯선 환경에 얼마나 적응하는가를 측정하는 ‘사회성’ 심사인 셈이다.

다음엔 빠른 비트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이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주목했다. ‘음향 반응’이다. 주인의 지시에 따라 앉거나, 뒹굴거나, 앞발을 들면 가산점이 붙는다.

‘토토’에 어울릴 법한 용모 또한 주요 체크 대상이었다. 이번 심사를 위해 특별히 초청된 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 대표는 “가능하면 주인과 떨어지지 않고 안정된 행동을 보이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1·2차로 나눠 실시된 이날 ‘개 오디션’에서 최종 두 마리의 영리한 개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는 12월17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최민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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