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테러蠻行'에 굴복할 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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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별로 할 말이 없어요.올림픽공원에 들어갈수 없습니다.』올림픽개막후 지난 1주일동안 인파로 가득찼던 애틀랜타의 올림픽공원이 텅 비어 있었다.폭탄테러후 이 공원이 폐쇄된 것이다.올림픽1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1백97개국의 관광객들은차단선을 경비하는 무장군인 앞에서 분노의 시선을 테러현장에 던질 뿐이다.
이 폭탄테러가 초강대국인 미국을 뒤흔든 것만큼이나 세계를 진동시켰다.한국에서도 현지시간으로 오전2~4시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댔으니 테러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알만한 일이다.국제사회지도층도 예외가 아니었다.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자크시라크 프랑스대통령,헬무트 콜 독일총리등 거의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빌 클린턴 미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폭탄테러를 규탄하고 위로했다.
개막 직후부터 통신.교통문제로,대회운영상의 무질서로 국제여론의 비판을 받은 애틀랜타올림픽은 이번 테러사건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그러나 애틀랜타는 재빨리 침착성을 회복하고 테러범 체포에 열중하는 한편 경비를 크게 강화했다.도처에 통행금지 차단선이 설치되고 검문검색이 실시되고 있다.그럼에도 중심가에는 어느때나 다름없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경기장도 관객들로메워졌다.많은 사람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26년전의 뮌헨올림픽때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는 그 성격이 유럽과 다른점이 있다.최소의 인력과 무기 또는 폭탄으로 최대의 인명피해를 낸다는 전략은 똑같다.또한 불특정다수의 무고한 시민을 살상대상으로 삼아 「인류의 악(사탄)」이라는 대명사를 갖 는 점도 비슷하다.그런데 유럽형 테러는 언론기관이나 치안당국에 폭탄장치사실을 미리 제보해 인명피해를 줄이는 애교를 부릴줄 안다.북아일랜드독립을 위한 테러단이 좋은 보기가 된다.
그런데 미국형 테러는 정체를 끝까지 숨겨 얼굴이 없다.
8년전 영국의 로커비상공에서 공중폭발한 팬암의 보잉747기나이번 TWA800기 사건도 테러범이 정체를 숨겼다.3년전 뉴욕의 무역센터폭파사건,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사건과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코바르의 폭탄테러등도 정체불명이다.애틀랜타의 이번 폭탄테러도 예외가 아닌듯 싶다.『이것은 전쟁행위임이 틀림없다』는 것이 로랑 자카르 국제테러관찰센터소장의 평가다.그는 『이슬람원리주의단체와 미국간의 테러전쟁이 시작됐다』고도 말했다.
아무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경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테러범의 만행에 IOC나 미국이 조금도 흔들릴 이유가 없다.
화해와 평화를 골자로 한 올림픽정신을 끝까지 수호하기 위해서도애틀랜타 올림픽을 예정대로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올림픽공원을 폐쇄까지하면서 수사에 열중하는 FBI가하루속히 테러범을 잡아 그 「얼굴」을 공개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주섭일 본사 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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