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남학생들 얼마나 밀리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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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을 하다 보니 내신성적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그게 대학입학 실적으로 나타납니다. 남녀공학이 일반화된 지 10년이 지났으니 이제 효율성을 재검토할 때도 됐지요.”(교사 K씨)

“아들이 남녀공학 고교에 입학했는데 내신성적 생각만 하면 악몽 같지요. 여학생 학부모들은 ‘남자가 밑으로 깔아줘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기도 합니다.”(학부모 L씨)

울산에 있는 인문계 공립 남녀공학 A고교의 교사와 학부모가 16일 남녀 공학의 문제를 지적한 말이다. 최근 울산에서 남녀 공학을 남고와 여고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A고교의 경우 전체 1319명 중 남학생은 767명, 여학생은 552명이다. 그러나 올 1학기 내신성적을 남녀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1등급을 받은 남학생은 2.74%(21명)에 불과한 반면 여학생은 5.71%(31명)였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숫자로는 10명, 비율로는 두 배가 많았다.

2~5등급도 등급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적었다. 반면 최하위 등급인 9등급은 남학생이 6.16%(47명)로 여학생(1.06%, 6명)의 6배에 근접하는 등 6등급부터 하위등급으로 갈수록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았다.

◆남학생 성적 저조=울산시 교육청이 최근 5개 구·군별로 1개 고교씩 모두 5개 남녀공학 고교를 골라 올해 1학기 내신성적 분포를 비교한 결과도 A학교의 사례와 유사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등급의 경우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4.87%로 남학생(3.11%)보다 57%나 더 많았다. 2~5등급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모두 적게 나타났다. 1~5등급을 모두 합칠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28% 더 많았다. 반면 최하위 등급인 9등급은 남자가 5.91%로 여자(2.08%)의 2.84배나 되는 등 하위 등급(6~9등급)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았다. 6등급 이하를 합치면 남자가 여자보다 45% 더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B고교의 경우 지난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추천한 학생 3명이 모두 여학생이었다. 내신 1등급의 상위 1~7등을 모두 여학생이 차지해 남학생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울산시 교육청 내부문건에도 “남녀 공학의 경우 남학생의 하향평준화가 뚜렷하다”며 “이 때문에 남학생의 남녀공학 학교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교사들 사이에 남녀공학 학교에서는 남학생이 내신성적이 불리해 대학입시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한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의 대입 실적을 올리는 방안의 하나로 실무 차원에서 이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상만 울산시 교육감은 “인성교육 차원에서 남녀공학의 장점이 여전한 데다 대입실적 저조를 남녀공학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지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남녀공학 분리를 정책으로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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