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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만드는 곳에서 왜 법을 안 지킬까 답답했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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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의원(오른쪽에서 둘째)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1971년 집 앞에서 아버지 이경호 의원, 어머니, 막내동생과 찍은 사진. 이영애 의원 제공


외조부는 제헌의원이었다. 아버지는 10대 유정회 의원, 남편은 15대 의원을 지냈다. 자신은 현역 의원이다. 그런데도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은 “우리는 정치인 집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회 역사상 첫 ‘3대째 의원’인 그는 “본래 가업은 법조인인데 어떻게 의원이 네 사람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외조부인 고 진직현 의원은 변호사였다. 부친인 고 이경호 의원은 검사와 법대 교수를 지낸 헌법학자로 보사부 장관 등을 지냈다. 남편 김찬진 전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미국 미시간대와 워싱턴대에서 법학석사와 박사를 딴 뒤 32세에 경제기획원 국장을 맡았다.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변호사다. 이 의원은 첫 여성 부장판사(서울지법)와 첫 여성 지방법원장(춘천지법)을 지냈다.

국회의원의 딸이자 아내였지만 “난 정말 국회의원은 생각도 안 했다”는 그를 정치권으로 이끈 것도 ‘법조계 대선배’였다.

“이회창 총재께서 자유선진당을 창당하시면서 함께하자고 권했어요. 제가 사법연수원(3기)에 있을 때 교수님이셨고 부장판사를 하실 때 배석판사로 모신 적도 있었고…. 돌아가신 아버님하고도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하신 적이 있으세요. 법조계에서는 거의 신화 같은 존재시니까요.”

유정회 의원을 지낸 선친과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남편의 정치 성향이 그에게도 전해졌는지 “한국에 정통 보수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정치 입문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천주교 생명존중운동에 활발히 참여하다 보니 생명윤리법을 제정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국회의원 가족이라는 사실이 정계 입문에 영향을 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각자 원하는 것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뿐”이라고 못 박는다. ‘선거운동을 하느라 고생해 정치를 꺼리는 경우도 있는데’라는 기자의 말에 “선거운동 해 본 적이 없다”고 웃는다. 전북 임실에서 손꼽히는 유지였던 외증조부가 평소 주위에 인심을 많이 베푼 덕에 외조부는 쉽사리 제헌의원이 됐다. 선친과 남편, 이 의원까지 모두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았으니 딱히 선거운동이라고 할 것은 없었단다.

“그래도 남편은 정치에 좀 관심이 있어서 처음에 지역구 출마를 생각하고 3년 정도 서울 서초갑 지구당위원장을 했지요. 하지만 그땐 제가 현직 판사였거든요. 판사가 정치활동을 하는 건 법으로 금지된 일이고 법관 윤리에도 맞지 않으니까요. ‘정치인 아내’로서 내조할 생각도 안 했고 남편도 전혀 서운해하지 않았어요.”

원칙을 중시하는 법조인 부부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공통으로 겪은 어려움이 있다. “법을 만드는 곳에서 왜 법대로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남편은 국회에서 단상을 점거하는 걸 못 견뎌했어요. 그건 정말 법조인의 생리에 맞지 않거든요. 18대는 개원을 늦게 했잖아요. 아니, 법에 개원 시기가 다 정해져 있는데 왜 그대로 하지 않을까,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정치인의 아내로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특별히 힘들지 않았다”는 이 의원에게 “남편이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 대법관이 못 된 게 아니냐”는 세간의 말을 전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인다. “대법관은 모든 판사의 꿈이지만 코드가 안 맞았으니 할 수 없죠. 남편이 국회의원을 안 했더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각자 자신의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 가는 거죠. 부부간에 서로의 일을 반대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자녀가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해야죠, 당연히. 국회의원이 어때서요, 법을 만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요.” 2남3녀 중 막내아들 대한(20·뉴욕대 경제학과 1년)씨가 가업인 정치와 법조인 양쪽 모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졸업 후 로스쿨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김씨는 현재 뉴욕대 공화당 모임에서 활동 중이란다. ‘4대째’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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