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서울시는 인사혁명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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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올 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서 갑자기 교육 발령을 받았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직원들의 인사평가서를 작성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서울시는 ‘상시기록평가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업무 실적을 바로 위 상급자가 매기는 방식이다. 이 평가가 좋으면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고속 승진이 가능하지만 최하위 평가를 받으면 퇴출 후보가 되는 중요한 인사 잣대다.

오 시장은 “당사자는 억울한 생각이 들겠지만 인사에서 온정주의를 타파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며 “인사 실험이 성공하려면 ‘보스’가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인사개혁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창의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은 파격적으로 승진시키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 직원은 퇴출시키는 게 핵심이다.

오 시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인사개혁은 공직사회에 혁명을 일으키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인사개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의 공정성과 최고 책임자의 신뢰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행정기관에선 승진에 임박하면 승진시키기 위해 ‘수’를 주고, 승진이 되고 나면 ‘양’을 주는 엉터리가 만연해 있다”며 “(인사개혁을 위해선) 악역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외부 명망가 중심으로 임명되는 정부 부처 장관들은 할 수 없는 인사개혁”이라며 “나는 지난 지방선거(2006년) 때 신세 진 사람이 거의 없고, 누구를 배려해야 하는 채무의식도 없기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사 청탁이 많이 들어오지만 한두 개라도 들어주면 바로 무너진다”며 “노조에서 (나의) 약점을 수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아무리 뒤져도 나오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건축·위생·소방 분야가 청렴도에서 가장 취약했지만 ‘걸리면 간다’는 긴장감이 생기니 깨끗해졌다”며 “(퇴출 대상이 되는) 현장시정지원단에 들어간 사람은 ‘가문의 망신’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국가청렴위원회가 평가한 서울시의 청렴도는 2006년 전국 16개 시·도 중 15위에서 지난해 6위까지 올라갔다”며 “비결은 인사 시스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오 시장은 “서울이 앞장서지 않으면 대한민국 전체가 뒤처진다”며 ‘서울 선도론’을 폈다. 이어 “지금은 서울에 투자하겠다는 외국 기업들만 쫓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4대 규제를 지목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 금지 ▶대학 설립이나 이전, 첨단학과 설립 제한 ▶연구소·사무실 등을 지을 때 매기는 과밀부담금 ▶건물 매입이나 법인 설립 시 취·등록세 3배 중과 등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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