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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심은 데 의원 나는 ‘가문의 영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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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개원 60주년을 맞는 18대 국회에서 첫 '3대째 의원'이 탄생했다. 현역 의원 21명이 선대 의원과 가족이나 친인척 관계다. 두 세대를 거치며 '정치 대물림' 현상이 또렷해지고 있는 18대 국회의 '정치 DNA'를 중앙SUNDAY가 해부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

올해 국회가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제헌국회부터 두 세대가량 지난 셈이다. 3대에 걸친 ‘국회의원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실제로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3대째 의원’이 등장했다. 외조부와 부친의 뒤를 이은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이다. 현역 의원 중 가족과 친인척이 의원을 지낸 경우는 21명에 이른다. 중앙SUNDAY가 18대 국회를 중심으로 ‘의원 가문’의 ‘정치 DNA’를 들여다봤다.

덩굴처럼 얽힌 ‘의원 집안’

한나라당 김세연(부산 금정구) 의원의 나이는 서른 여섯. 18대 지역구 국회의원 중 최연소다. 대기업에 잠시 근무하다 가업을 이어받은 젊은 사업가로 별다른 정치 이력이 없다. 출마 당시엔 무소속 후보였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던 박승환 후보를 득표율 64.8%로 훌쩍 따돌렸다. 대운하 추진단장을 지낸 박 후보는 27.2%로 2위를 차지했다. 김 의원의 당선 비결은 그의 정치 DNA에 있었다.

김 의원의 선친은 부산 금정구에서 5선(11, 13, 14, 15, 16대)을 했던 고 김진재 의원이다. 김 의원은 선친이 2005년 별세한 뒤 가업인 동일고무벨트 경영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올해 또 다른 가업인 국회의원 직을 사실상 ‘승계’받았다. 20년간 선친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김진재 아들이라매”라며 표를 몰아주었다. 경영하는 가업이 오랫동안 금정구의 경제적 기반 역할을 한 것도 한몫했다.

김 의원은 가장 많은 선대 의원들과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장인인 한승수(13, 15, 16대) 총리를 연결고리로 박근혜 의원 집안과 닿기 때문이다. 박 의원에게 한 총리는 이종사촌 형부다. 5선(6, 7, 8, 9, 10대) 의원을 지낸 외삼촌 고 육인수 의원 등 박 의원의 친인척인 선대 의원이 8명에 이른다. <그래픽 참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법조·의료인 가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네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외가로부터 정치 DNA를 물려받았다. ‘담양 3형제 의원’으로 유명한 고 김홍용(2대)·문용(2대)·성용(6, 7, 9대) 의원이 외삼촌, 고 강세형(3대) 의원이 이모부다.

현역 최다선(7선)인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아버지가 야당 대통령 후보, 둘째 형이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선친인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는 3, 4대 의원, 작고한 형 윤형은 6선(5, 6, 7, 8, 13, 14) 의원이다. 14대 때는 형제가 나란히 등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선친이 고 김동석(4대) 의원, 형이 2003년 작고한 허주(虛舟)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다. 김 의원은 형이 5선(10, 11, 13, 14, 15)을 지냈던 경북 구미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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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18대 국회의원의 정치 DNA는 대부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선친 남평우(14, 15대) 전 경인일보 명예회장이 1998년 임기 중 별세하자 지역구(수원 팔달)를 승계받아 15대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내리 4선을 기록해 중진이 됐다.

3선의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은 6선(10, 11, 12, 13, 14, 15대)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다. 부친은 충남지사를 두 번, 충남 공주 지역구 의원을 네 차례 지냈다. 정 의원도 자민련 소속으로 충남 공주-연기에서 2선(16, 17대)을 한 뒤 18대에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부자가 함께 10대부터 연속 9선을 기록 중이다.

한나라당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은 같은 지역에서 2선(11, 12대)을 했던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3선의 권철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아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서울 강남갑에서 재선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선친이 6선(6, 7, 8, 9, 12, 15대)을 했던 이중재 전 민주당 부총재다. 선친은 야당 생활을 오래 했다. 지역구도 주로 전남이었지만 12대 때 서울 강남에서 당선된 적이 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도 선친인 고 김상영(8, 9대) 의원의 지역구(여수)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해군 정보국 군무원으로 일하다 한국 관련 국가 기밀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넘겨준 혐의로 복역한 로비스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이 맏형이다.

친박계 핵심 인사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유수호(13, 14대) 전 의원의 차남이다. 부친의 지역구였던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5선(6, 9, 10, 11, 12대) 의원을 지냈던 고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의 장남이다. ‘장군의 손녀’ 김을동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부친 김두한(3, 6대) 의원의 뒤를 이었다.

13대부터 내리 6선째인 정몽준(서울 동작을) 의원은 아버지 고 정주영(14대) 의원보다 오히려 먼저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17대까지는 현대그룹의 본거지인 울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경제 DNA’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형제가 나란히 금배지

부모-자녀 관계 다음으로 많은 게 형제 의원이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17대 총선 때 형 홍문표 전 의원와 함께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형만 당선됐다. 18대에도 형제가 나란히 출마했는데 이번에는 동생인 홍 의원만 당선됐다.

한나라당 김효재(서울 성북을) 의원은 둘째형 김의재 전 의원이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서 형이 88년 구청장을 지낸 적이 있다. 13대부터 내리 6선을 기록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14, 15대 때 동생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등원했다.

정치 DNA가 혈연을 통해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선에 성공한 한나라당 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은 경남 울산에서 4선(12, 13, 15, 16대)을 지낸 고 김태호 의원의 며느리다. 시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정치를 접하게 됐고 2002년 김 전 의원이 작고한 뒤 17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내리 3선째인 한나라당 임태희(성남 분당을)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 권익현 상임고문의 둘째 사위다. 권 고문이 4선(11, 12, 14, 15대)을 지낸 뒤 16대부터는 사위인 임 의원이 의원직을 이어받은 셈이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17대 때 아내 이경숙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동시에 당선됐다. 18대에도 나란히 출마했지만 아내가 낙선해 홀로 등원하게 됐다.

세습·무임승차 비판도 만만찮아

정치 DNA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과는 달리 정치를 가까이 접하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 기회가 많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이혜훈 의원은 96년부터 시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전화 받는 일부터 시작해 연설 원고 작성, 정책 검토 등 차근차근 정치수업을 받았다. 조순형 의원은 정치 규제로 묶여 있던 형을 대신해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현역 의원 중에는 없지만 남편이 출마를 못하게 되자 아내가 대신 나서서 당선된 사례도 적잖다.

지역구를 바로 승계받지 않은 경우라도 기존의 조직·자금·인맥은 든든한 자산이다. 가장 큰 정치적 유산은 바로 유권자다. 김세연 의원이 이미 다른 의원이 차지한 선친의 지역구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치 DNA에 주목한 유권자 덕이다. 부모가 국회의원인 경우 지역구 사정을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어 의정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유권자에게도 득이다. 지역구가 다른 경우도 의정 활동을 간접 경험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물림 의원에 대해 ‘세습’이나 ‘무임승차’라는 부정적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장제원 의원은 선거운동 당시 한 유권자가 “국회의원도 대물림하느냐”며 명함을 찢어버린 수모도 당했다고 한다.

정치 DNA가 당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초선까지다. 남보다 앞서 출발했다고 해서 언제나 선두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 DNA에 힘입어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의원들에겐 4년간 자신만의 우수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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