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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인 척 행동했더니, 진짜 그렇게 되던대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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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다 읽은 후엔 성경대로 살아보겠다며 수염도 안 깎고 하루 세 번 기도하면서 지냈다는 미국의 괴짜 작가 A J 제이콥스. 그가 이번엔 일본의 오키나와 장수마을로 향한다.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인간』이라는 책을 쓰기 위해서란다. 다음은 중앙선데이의 인터뷰 전문.

미국 사람은 “와이 낫(Why not?)”이라는 말을 잘한다. ‘안 될 거 없지’라는 뜻이다. ‘와이 낫 정신’을 실천하면 부와 명예가 따를 수도 있다. A J 제이콥스라는 미국 작가는 좀 엉뚱한 목표를 실천한 다음 그 체험을 집필하는 작가다. 세계에서 제일 똑똑해지고자 백과사전을 통독하고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2004)를 펴냈다. 지난해에는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을 내놨다. 두 권 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영화화를 추진 중이다. 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전화로 인터뷰했다.

◀성경 레위기 19장 27절(머리 가를 둥글게 깎지 말며 수염 끝을 손상하지 말며)에 따라 제이콥스가 자신의 머리와 수염이 자라는 과정을 시차를 두고 찍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한국의 궁중음악인 ‘아악(a-ak·雅樂)’으로 시작하는데 음반을 보내주면 들어볼 의향이 있는지.
“고맙다. 아악에 맞춰 와이프와 춤을 추겠다.”

-한국엔 언제 왔나.
“어렸을 때 미군 소속 변호사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살았다. 아름다운 나라다. 미국에 돌아온 다음에도 내 여동생은 한동안 한국어 억양이 있는 영어로 말했다.”

-유대인이기 때문에 다른 미국 사람과 뭔가 다른 환경에서 자랐는가.
“집안 분위기가 유대교 전통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유대교당에도 다니지 않았다. 다만 다른 유대인 가정처럼 교육을 엄청나게 중시했다. 들어본 적 있겠지만 요즘 미국에서는 한국인을 ‘새로운 유대인’이라고 부른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잘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쓴 법률 논문에는 4824개의 주석이 달린 게 있는데 세계 기록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일중독’ 경향이 있고 아마 할 수만 있으면 24시간 책만 볼 분이다.”

-유명 작가가 돼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한 걸로 알고 있다. 오프라는 올해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내가 들어본 최고의 칭찬은 ‘당신은 몇 년 새 보다 당신답게 되었군요’였다”고 말했다. 책을 준비하고 저술하는 과정에서 보다 당신답고 또 보다 나은 사람이 됐는가?

“오프라의 말에 공감한다. 성경대로 살기 위해선 남을 흉보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아야 했다. 뉴욕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사는 게 엄청나게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됐다. 마더 테레사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오프라처럼 대학교 졸업축사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강조하겠는가.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겠다. 그리고 행동이 생각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설명하겠다. 예전에는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고 생각했다. 더 나은 사람인 척하면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체험했다. 영어에는 ‘성취할 때까지 성취한 척해라.(Fake it unti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시인은 ‘기사가 되고 싶으면 기사처럼 행동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민권운동가 맬컴 X는 감옥에서 사전을 통째로 베껴 써 가며 단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훗날 그가 웅변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백과사전을 A부터 Z까지 읽은 게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는가.
“백과사전에는 수사학에 대한 항목이 많이 있다. 몇 가지 요령을 배워 써먹고 있다. 새로운 단어도 많이 알게 됐다. 하지만 카(qa·바빌론의 액체 측정 단위)처럼 실생활에는 별로 쓸모없는 단어도 있다. 화젯거리가 많게 된 것도 좋은 점이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그리스에서 열린 첫 올림픽에서 벌어진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마라톤 우승자는 농부였는데 그는 경기 도중 친척이 하는 술집에서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백과사전 읽기는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과학소설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도 백과사전을 통독했다.”

-백과사전을 하루에 몇 시간씩 읽었는가.
“직장에 다니는 평일에는 네 시간씩 읽었다. 주말에는 논스톱으로 백과사전만 읽었다. 아무래도 직장 일은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성경대로 살기 위해 그 실천 항목을 어떻게 선정했나.
“성경을 꼼꼼히 읽으면서 실천할 항목을 추출했더니 700개가 나왔다.”

-백과사전 읽기와 성경 말씀 실천하기 중 어느 쪽이 힘들었나.
“실천이 더 힘들었다. 성경은 말하기, 먹기, 걷기, 부부간 성생활 등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대해 지침이 있다.”

-기독교인은 내심 유대교인이 예수를 받아들이고 기독교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집이나 종교적 전통이 있다. 우리 집이 정통파 유대교 집안이었다면 나는 아마 검은색 모자를 쓰고 다닐 것이다. 불교 집안에 태어났다면 불교 신자가 됐을 것이다. 가정교육이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기도하는 일은 어땠는가.
“하루에 적어도 세 번씩 기도했다. 태어나서 기도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좀 어색한 일이기도 했다. 성경에 나오는 기도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 관점을 바꿔놓은 것은 감사의 기도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하루에 서너 가지 잘못되는 일보다는 하찮은지 모르지만 수백 가지 잘되는 일에 감사하게 됐다. 나는 그 책을 쓰기 전이나 후나 ‘신(神)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다. 그러나 성경 말씀을 실천하고 나서는 성스러움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경건한 불가지론자(reverent agnostic)’다.”

-성경 말씀 실천에 365일이 아니라 387일이 걸린 이유는?
“실천할 게 많은 데다 막판에 아들 쌍둥이가 태어났다. 애를 많이 나으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더니 그렇게 됐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일년에 끝나지 못했다.”

-대표작 두 권을 읽은 사람들이 내용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편이 갈리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두 권 모두 ‘과격한’ 실천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비결이 있나?
“내가 ‘과격한’ 일면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고, 가장 종교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실천했다. 예컨대 성경 말씀 실천에 대한 책을 쓰고 나서는 인세의 10%를 십일조에 따라 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성경 말씀 실천에 대한 책의 경우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이나 모두 좋아했다. 두 개의 복음주의 잡지가 내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종교에 대한 나의 진정성을 인정해 준 것 같다.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에도 기사가 나왔다.”

-지금 준비 중인 책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인간』이라는 책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오키나와에 있는 장수마을로 가 그곳 사람들처럼 한동안 살아볼 작정이다. 그 책 전에는 이미 나온 글들에다 새로 쓴 글들을 묶어 『인생은 실험이다』라는 제목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에스콰이어지에 발표한 글도 있는데 모든 것을 남에게 시키는 삶에 대한 것이다. 인도에 가 모든 일을 대신해 줄 팀을 구성했다. 전화, e-메일, 부부싸움, 아들에게 옛날이야기 해주기 등 남들이 일을 대신해 줬다. 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됐다.”

A J 제이콥스는
1968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브라운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에스콰이어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부인 줄리와 3남을 두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는 데이비드 보위다. 부인은 비틀스를 좋아한다. 한국어로도 출판된 두 대표작의 원제는 『Know-It-All』(2004), 『Year of Living Biblically』(2007)이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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