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쇠고기 시위’ 주동자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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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나모(48)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아고라에서 ‘권태로운창’이라는 ID로 활동해온 나씨는 시위를 독려하는 글을 올리고 집회 장소를 공지하는 등 주도적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아고라의 대표적 논객으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는 별개로 아고라 회원들의 시위 참가를 이끈 386 핵심 인사로 꼽히고 있다. 나씨는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31일 새벽 종로 일대에서 주말 촛불시위를 벌이던 집회 참가자 7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종로구 관철동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다 오전 3시40분쯤 경찰에 붙잡혔다. 종암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이들 가운데 나씨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나씨는 그동안 불법시위에 참가해 왔으며, 아고라에 각종 글을 올리는 등 활동해 왔다”며 “나씨가 진술을 거부하다 변호사 접견 이후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씨는 촛불시위가 시작된 5월부터 아고라에 400여 건의 글을 올렸다. 나씨는 아고라에서 ‘40대 386 세대들이여. 일어나 싸우자. 우리는 암울했던 80년대를 온몸을 던져 지나왔다. 시대가 뜨거운 피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386 세대의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시위가 비폭력 기조로 돌아선 이후 “나긋한 목소리로 구호나 외치고, 지금 놀이하는 건가. 386 세대, 특공대 등으로 구성된 전투적인 전위 조직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는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나씨는 또 ‘군인들은 뭐 하는가. 이명박 한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는 국군을 믿고 있다’ ‘소주병을 모으고 병에 담아야 하는 액체를 구입하는 주유소 근처로 이사 가고 솜과 면 등을 준비하자. 제작 방법은 주변 386 세대에게 물어보라’는 등의 과격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시위 현장에 등장했던 ‘토론의 성지, 아고라’ 깃발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촛불시위뿐 아니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정연주 사장 사수’ 집회에서 ‘임시반장’을 맡고,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던 YTN 앞에서 집회를 열자고 제안하는 등 각종 시국 관련 시위에 참가했다. 집회에선 중앙·조선·동아일보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나씨가 불법시위에 참가한 채증 사진이 확보돼 있는 만큼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씨는 최근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기고한 ‘이것이 아고라다’라는 글에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과거 학생운동 전력을 언급하며 “80년 서울역 회군을 결정해 민주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심 의원의 화려한 족적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이 글을 문제 삼아 해당 잡지에 대해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씨는 네티즌 10여 명과 함께 ‘아고라 폐인’이라는 이름으로 아고라를 소개하는 단행본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의 출판 작업에도 참여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책회의 주최로 열렸던 토론회 등에 네티즌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나씨는 지난 7월 KBS 심야토론에 청중으로 출연해 발언권을 얻은 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을 향해 “같은 나씨인 게 부끄럽다”고 발언했다.

천인성·장주영·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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