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戰총아미사일>中.핵이은 제2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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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월말 리처드 쿠퍼 미국 국가정보위(NIC)위원장은 의회보고에서 『북한은 알래스카 전역을 공격대상으로 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중』이라고 밝혀 또 한번 서방세계를 놀라게 했다.
쿠퍼 위원장의 보고는 북한이 개발중인 대포동 2호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2단형 액체로켓을 추진체로 한 대포동 2호는 1무게의 탄두를 탑재하고 3천5백㎞를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로 알려지고 있다.
미사일에 관한 한 북한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한국이 「유치원생」이라면 북한은 「대학원생」수준이다.
일찍이 70년대 중반 북한은 중국에서 사정거리 6백㎞,탄두중량 2의 DF61 미사일을 도입해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초기술을 쌓았다.84년 이집트를 통해 소련제 스커드B형 미사일을 입수해 역엔지니어링을 통해 똑같은 미사일을 복 제한 데 이어 85년에는 이란의 자금지원을 받아 스커드B 개량형을 독자개발했다.이듬해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가 87년 처음으로 이란에 1백기를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된 미사일 개발이 주요한 외화수입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날개를 달았다.89년 스커드C 개량형 개발과 동시에 사정거리 1천㎞의 노동1호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 93년5월말 동해상에서 시험발사에 성 공함으로써 주변국들을 아연 긴장케 했다.현재는 사정거리 2천㎞ 이상의 대포동 1,2호를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진다.이들 노동.대포동 미사일 명칭은 미국 첩보위성이 발견한 지명(地名)을 따서 붙인 것으로 둘다 함경북도에 있는 지역의 이 름이다.
이미 북한은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한 스커드B.C 개량형 6백50기를 실전배치한 데 이어 곧 노동1호도 실전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렇게 되면 오사카(大阪)를 포함한 서일본과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하바로프스크가 사정권 안에 들어가게 된다.
북한은 이란과 이라크.시리아.리비아 등에 미사일 완제품과 부품을 수출했고,최근에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북한은 연간 1백~1백50기의 스커드 미사일 생산능력을 보유해 미사일 수출을 통해최고 연 5억달러의 외화수입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탄두에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장착하면 미사일은 그야말로 대량살상파괴무기로 둔갑한다.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전세계 비확산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핵에 이어 미사일을북한과의 최우선 해결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해 놓고 있다.특히북한제 미사일 고객의 대부분이 중동지역 아랍국들이라는 사실은 미국 행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이스라엘은 자신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對)중동 미사일 수출규제를 위해 지난94년 베이징에 서 북한과 비밀협상을 벌였지만 터무니없는 액수의 금전보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렬된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 미사일 비확산체제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북한을 끌어들여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족쇄를 채우는 방안을 강구중이다.북한은 대북 관계개선과 경제제재 완화조건으로미사일수출규제를 내세우는 미국의 고집에 떼밀려 하는 수 없이 지난 4월 미국과의 미사일 협상 테이블에 나오긴 했지만 협상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한의 MTCR 가입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중단을 협상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MTCR 가입은 미사일 수출포기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제권 내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북한이존재 자체를 부인한 핵과는 달리 미사일은 이미 기정사실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공 들여 확보한 「지렛대」를 북한이 쉽게 포기할 리 만무하다.
북.미 미사일 협상이 어떤 형식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타결되더라도 남한에 대한 북한 미사일의 군사적 위협은 그대로 남는다는 얘기가 된다.미국의 우선적 관심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대미(對美)미사일보장서」로 사정거리 1백80㎞,탄두무게 5백㎏의 어떤 로켓 시스템도 개발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어 두고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적대적인 북한에는 수출이나 막는 미측의 이같은 미봉책이 한 국정부로서는불만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도 엄청난 비용만 소요될 뿐 그 실효성은 의문이기 때문이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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