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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악담에 리허설 사전 보도 … “또 한인이” 뜬소문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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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본지는 중국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표면화된 ‘반한 감정’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달 26~29일 중국 거주 한국인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긴급 실시했다.

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 14일 한국과 중국의 야구경기가 열리던 베이징 우커쑹야구장에서 한국 응원단과 중국 응원단이 양국 국기를 내걸고 함께 응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우려=응답자의 75.7%(78명)가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에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표출된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국팀이 제3국 팀과 경기할 때 중국 관중이 제3국 팀을 응원하는 것을 보고 반한 감정을 절실하게 느꼈다(57.3%)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특히 한국팀과 일본팀의 경기에서조차 중국인들이 일본팀을 응원하는 것을 봤을 때는 배신감(25.2%)과 서운함(33%)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반한 감정은 중소기업자·자영업자(72.2%)보다는 대기업 임직원(81.3%)이 더 강하게 느꼈다.

반한 감정이 중국 사회에서 뿌리 깊고(24.3%),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있다(60.2%)고 우려했다. 일시적 현상(15.5%)이거나 단순히 인터넷에 국한된 것(19.4%)이라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10∼20대와 인터넷 공간을 넘어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단계(68%)에 있거나, 이미 광범위한 사회현상(12.6%)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올림픽을 거치면서 10명 중 3명은 실생활 속에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을 체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방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중국인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서 중국인이 외면하듯 말을 안 하거나(12.6%), 한국인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거나(12.6%), 심지어 반감을 드러내는(3.9%)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원인=‘한·중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다’(79.6%)가 가장 많았지만, 중국 측(5.8%)보다 한국 측(13.6%)에 더 많은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이 먼저 자성해야 한다는 판단과 인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한국 측 책임을 더 물었고, 젊을수록 중국 측에 돌렸다.

올림픽 기간에 반한 감정이 폭발한 것은 가깝게는 한 한국 방송사의 개막식 리허설 장면 사전 보도(34.0%)와 한국 네티즌의 쓰촨(四川)성 대지진 악담(21.4%)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16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보여준 부적절한 행태에서 비롯됐다(40.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을 통한 영토와 역사 왜곡 시도가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상하게 했다(36.9%)는 의견도 많았다.

◆해법=양국 국민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민간 교류를 확대하고(47.6%), 인터넷 등 사실 왜곡 보도에 신속하게 대응하라(33.0%)고 주문했다. “(미국 수영선수인) 펠프스가 한국인이라고 한국인들이 주장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이 쑨원(孫文·중국 신해혁명 주도자로서 국부로 받아들여짐)은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중국의 4대 발명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한다” 는 등의 근거 없는 보도가 중국 인터넷상에 떠돌면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민간 교류에선 청소년 교류(35.0%)나 학계 교류(9.7%)도 중요하지만 양국 언론의 상호 이해와 교류(55.3%)를 가장 중시했다. 부정확한 언론 보도가 양 국민의 감정을 자극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임영호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은 이와 관련, “중국을 찾는 한국인들은 공항에서 걸어나오는 자세부터 우월감이 드러날 정도”라며 “한국인 기업주들이 중국인 직원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부터 골프장과 술집 문화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E사 임원은 “중국에선 이제 한국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중국의 거시적인 시각이 바뀌고 있는 만큼 한국도 강대해진 중국과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는 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식자층을 대상으로 지한파와 친한파를 대거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조사했나=8월 26~29일 중국 거주 한국인 103명을 대상으로 직접·전화·e-메일·팩스 등으로 조사했다. 조사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연령·체류 기간을 감안해 대상자를 선정했고, 지방 거주자도 포함시켰다. 직업별로는 대기업 임원 16명, 중소기업 사장·자영업자 18명, 공무원·공기업 직원 12명, 회사원 24명, 학생 15명, 교수·의사 등 전문직 13명, 주부 5명 등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22명, 30대 27명, 40대 40명, 50대 이상 14명이었다. 중국 체류 기간은 3년 미만 28명, 3∼5년 21명, 5년 이상 54명이었다.

◆특별취재팀
팀장=유광종 국제부 차장
베이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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