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따마다’로 반한 감정 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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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 불고 있는 반한 감정이 예사롭지 않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많은 중국 국민이 보여준 반한 감정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일부 한국 교포들은 “실생활에서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내 한국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반한 감정이 한국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까 걱정이 많다.

더 큰 문제는 반한 감정이 인터넷을 통해 구조적으로 확대 증폭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시급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양국 국민 간 불필요한 갈등의 폭이 커져 양국 모두에 손실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중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 ▶주류 언론들의 정확한 보도와 언로(言路) 소통 확대 ▶인터넷의 왜곡 기사 적극 대처 ▶민간 교류 활성화를 통한 상호 이해 등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한 중국 전문가는 “‘(미국 수영선수인) 펠프스가 한국인이라고 한국인들이 주장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식이 중국에서는 실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한국인이 뭐를 어쨌다고 하더라’는 내용의 인터넷 소식은 중국에서 삽시간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인터넷 인구는 올 6월 현재 약 2억5300만 명. 근거 없는 소문이 각종 블로그 등을 통해 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관한 황당한 소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중국 전문가는 “최근의 반한 감정이 섞인 중국 뉴스는 중국 내 기성 언론이 먼저 생산한 뒤 각종 포털에 의해 옮겨지고, 수많은 네티즌이 다시 확산하는 구조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쑨원(孫文·중국 신해혁명 주도자로서 국부로 받아들여짐)은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을 광둥(廣東)의 한 신문사가 보도한 뒤 바로 97개의 각종 포털이 확대 재생산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엉터리 뉴스 생산→확산’의 구조가 기존 언론사와 포털·네티즌의 참여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달 26~29일 중국 내 반한 감정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중국 거주 한국인 103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반한 감정이 인터넷 공간을 넘어 점차 중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대답이 68%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60.2%는 “반한 감정을 적기에 치유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해법으로 민간 교류 확대(47.6%)와 왜곡 보도 신속 대응(33%) 등을 제시했다. 특히 민간 교류에선 양국 언론의 상호 이해와 교류(55.3%)를 가장 중시했다. 임영호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은 “한국인들도 이번 기회에 그동안 중국에 대해 취해 온 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3일 다롄(大連)에서 열리는 중국 지역별 한인회 회장단 모임에서 반한 감정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자는 ‘겸따마다 운동’을 교민 사회에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가 또 한·중 학자·언론인 등 전문가 10명으로부터 원인과 해법을 들은 결과 대부분 양국 정부와 주류 언론이 적극 나서 사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이해 폭을 넓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은 “중·한 교류는 수교 이후 16년 동안 표면적 교류에 머물렀다”며 “한국인과 중국인은 서로를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내 반한 정서는 표면층에서의 오해로 빚어진 일시적 문제”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면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쉬젠(徐堅)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 정부·민간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과 교류를 심화시키고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서 이화여대 중어중문학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왜곡된 견해들이 음성적으로 확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팀장=유광종 국제부 차장
베이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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