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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첩 원정화 사건 수사 관계자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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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간첩 원정화 사건은 많은 미스터리를 안고 있다. 경찰과 군 정보당국이 3년 전 단서를 포착했으면서도 왜 지난달에야 체포했는지, 유출된 군사 정보는 더 이상 없는지, 그가 간첩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는 무엇인지 등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이러한 의문점들에 대해 검찰·경찰·기무사·국정원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원정화에 대한 수사는 3년 전에 시작했으나 체포는 지난달에야 했다. 그에 대한 체포 시점이 정치적으로 고려된 것 아닌가.

“원정화를 간첩으로 처음 의심한 것은 경기경찰청 보안수사대였다. 보안수사대 경찰관이 한 탈북자로부터 ‘가정부를 두고 있을 정도로 잘사는 탈북 여성이 있는데 중국에 자주 가고 북한에서 성분이 좋았다고 가끔 자랑을 해 수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원정화에 대한 얘기였다. 얼마 뒤 군 정보당국도 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군에서 안보 강연을 하러 다니며 여러 군인을 사귀는 행태를 수상하게 여긴 것이었다. 이후 그를 간첩으로 의심할 만한 여러 단서가 추가로 포착됐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군 정보당국에서 원정화가 2006년 8월 중국 선양의 북한 영사관을 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본격적인 수사는 이때부터 이뤄졌다.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를 적용하려면 북측의 지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지령 수수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난달 군 정보당국이 그가 지령을 받았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확보해 체포에 이른 것이다. 이 증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

-원정화가 간첩이라는 결정적 증거물이 있나.

“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문’이 나왔다. 무역업을 하며 번 돈을 보낸 곳이 재중 북한 보위부 소속 기관으로 확인됐다. 북한에서의 신분을 증명하는 문서도 확보했다. 이 문서를 의붓아버지 김모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공개할 예정이다. 원정화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직전 검사에게 ‘북의 지시를 받고 온 사람’이라고 자백했다. 첫 자백이었다. 검사가 ‘당신보다 더 큰 죄를 저지른 김현희도 잘살고 있으니 모든 것을 털어놓고 새 삶을 찾으라’고 설득한 결과였다. 이후 원정화는 열흘 동안 ‘나는 장군님의 식솔’이라는 북한 노래를 계속 흐느끼며 불렀다. ‘장군님을 배신해 괴롭다’는 말도 했다.”

-군 정보당국이 원정화가 수상하다는 것을 알고도 어떻게 52차례나 안보 강연을 할 수 있었나.

“원정화에 대한 관찰과 행적 확인을 위해 한동안 일부러 강연을 계속하도록 했다.”

-접촉한 군 관계자가 7명이다. 구속된 황모 중위 말고 처벌될 사람은 더 없나.

“현재로선 범죄 혐의가 드러난 사람은 황 중위뿐이다. 군 수사당국에서 다른 군 관계자에 대한 부분은 계속 조사 중이지만 현재로선 크게 문제가 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원정화와 사귀며 탈북자 주소지 등을 파악해 준 경찰관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

“원정화와 2002년부터 3년 동안 사귄 경찰관이 있다. 원정화의 부탁을 받고 탈북자 등의 개인 정보를 파악해 전달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정보 취득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어떤 수사가 이뤄지고 있나.

“수사 본부는 의붓아버지 김씨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달 초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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