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 여자 골퍼들, 영어의 벽도 넘어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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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사무국이 내년부터 모든 선수들에게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LPGA에서 2년 이상 경기를 해온 외국인 선수는 영어 인터뷰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내년 말까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2년간 대회 참가가 정지된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에는 없는, 비영어권 선수들에 대한 차별이다. 게다가 주로 피해를 보게 될 대상이 한국 선수들이다. 현재 LPGA 투어에 등록된 26개국 121명의 외국 선수 중 한국 선수들은 45명이나 된다. 이 중 영어로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한국 선수는 박세리 등 1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LPGA가 이렇게 극단적 결정을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선수들이 대회에서 우승해도 언론 인터뷰에서 영어를 전혀 쓰지 않고, 연습 라운딩인 프로암에서도 VIP들과 대화·교류하지 않는 문제를 스폰서들이 계속 지적해 왔다는 것이다.

LPGA 투어의 리바 갤로웨이 부 커미셔너는 “이번 결정은 스폰서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투어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골프 팬, 언론과 후원사를 위해서도 영어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도 이제는 바뀌는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LPGA는 희망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무료로 영어 개인교사를 붙여줬다. 그런데도 이를 활용한 한국 선수들은 거의 없었다. 비벤스 커미셔너는 한국 선수들에게 “퍼팅이 안되면 하루에 두 시간 이상도 연습하는 선수들이 영어는 왜 일찌감치 포기하느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선수들이 갈 길은 명백하다. 이달 초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뒤에 영어로 인터뷰를 한 신지애(20)처럼 미리 준비하지 못했어도 좋다. 자신의 외국인 캐디에게 한국말을 쓰게 만들지 않고, 미국 협회에서 붙여주는 가정교사와 하루 한 시간씩만 대화하면 된다. 세계를 제패한 집중력과 끈기를 영어에서도 조금 발휘해 보자. 내년 말까지는 1년4개월이나 남았다. 힘내라, 한국 낭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