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쏜 새총 알고보니 사냥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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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7일 오전 1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부근. 시위대 100여 명과 경찰의 공방이 새벽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모자를 눌러 쓰고 복면을 한 시위대 한 명이 경찰들을 향해 새총을 발사했다. 컴퓨터 마우스볼 크기의 쇠공이 “쉭” 소리를 내며 경찰 쪽으로 날아왔다. 새총을 쏜 남자는 네티즌 사이에 ‘새총맨’이란 별명이 붙었다.

일명 ‘새총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우모(42·사진)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새총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우씨를 추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는 6월 중순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사냥용 새총인 ‘슬링샷’을 3만원에, 8㎜ 쇠구슬 100개를 1만원에 구입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성능 시험을 한 결과, 쇠구슬 탄알의 속도는 초당 90m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8구경 권총 탄알 속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공할 위력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의 얼굴에 명중하면 실명하거나 치명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씨는 미혼으로 경기도 구리시에서 액세서리 세공 일을 해왔다. 그는 6월 중순부터 이달 17일까지 10여 차례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대부분 날이 밝을 때까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우씨는 시위가 과격해지면 시위대 전면으로 나서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휘두르거나 벽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우씨는 경찰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카메라로 시위자를 촬영하는 경찰에 불만을 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서 “학생운동을 한 적이 없고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뉘우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우씨의 컴퓨터에선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와 촛불시위를 생중계한 아프리카 TV 사이트에 자주 드나든 흔적이 발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우씨가 정부와 사회에 막연한 적개심을 품고 폭력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진 등 채증 자료를 토대로 우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오던 중 시위에 또 참여한 그를 붙잡았다. 경찰은 불법 폭력 시위에 가담한 사람은 이처럼 끝까지 추적해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 시위로 인해 지금까지 500여 명의 경찰관과 전·의경이 부상했다. 시위 용품도 염산·새총 등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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