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금메달’ 숨은 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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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19·단국대) 선수가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 금메달에 환호하는 순간, 그리고 자유형 200m에서 기적처럼 은메달을 따낸 순간,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본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38·사진) 박사. 박태환의 과학적인 훈련을 만들어낸 숨은 공신이다. 박태환의 ‘금메달 도우미’인 셈이다. 그는 코칭스태프 AD카드(accreditation·경기장출입허가증)를 받지 못해 대한수영연맹에서 겨우 구한 입장권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때 박태환과 함께했던 송 박사는 박태환이 태릉선수촌을 떠났다가 올해 2월 말 재입촌하면서 다시 만났다. 당시 박태환은 각종 행사와 코칭스태프 교체 문제로 훈련이 태부족인 상태였다. 기초체력과 유연성, 유산소 운동능력이 모두 뚝 떨어져 있었다.

송 박사는 “박태환이 재입촌한 지 이틀 만에 ‘24주 금메달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스피드와 지구력 훈련을 동시에 하는 고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잘 견뎌냈다”라고 말했다.

이런 훈련 끝에 박태환은 3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베이징올림픽 개막 2주 전 태릉에서 실시했던 최종 시뮬레이션에서 세계최고기록에 근접했다. 송 박사는 “이론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노민상 감독이 고맙다”며 “빛이 안 나는 곳에서 땀 흘린 이문상 트레이너도 정말 수고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박태환의 금메달로 한국 수영은 새 시대를 맞았다. 수영과 관련한 스포츠 과학은 걸음마 단계로 이제 겨우 몇 발짝을 뗐는데도 이미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내놓았다. 송 박사는 “이론과 현장의 조화가 꾸준히 이뤄지면 다른 종목에서도 ‘세계의 벽’이라는 말이 점차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눈’으로 스포츠를 보는 송 박사에게 박태환이 어떻게 남다른지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정신력’이었다. 박태환은 근력의 한계치를 테스트하는 젖산 테스트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인내력을 보여 그를 놀라게 했다.

송 박사는 “어릴 때 ‘천재’ 대접받던 선수는 통상 치명적인 실수 뒤엔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게 마련”이라며 “그런데도 박태환은 2004 아테네올림픽 때 출발 실수로 실격 당하고도 잘 극복해 냈다”라고 말했다.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다. 송 박사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이후 누가 살아남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로 높아진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야 4년 뒤에도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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