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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 올림픽’ 세계 눈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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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너무 예뻐 도우미 선발 대회에서 탈락할 뻔한 베이징 중화여대생 바이징. [베이징=김경빈 기자]

베이징 올림픽에는 중국의 고대 병법이 숨어 있다. 병법 ‘36계’ 중 31계인 ‘미인계’다. 키 1m70㎝ 전후의 늘씬한 중국 미녀로 구성된 행사 도우미들이 그 주인공. 단순히 아름다운 외모만으로 세계 올림픽 관중을 사로잡는 게 아니다. 우아함과 신비함, 여기에 현대적 패션 감각까지 두루 갖춰 올림픽 경기 못지않게 중국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도우미는 약 1000명.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는데, 하나같이 모델 뺨치는 몸매와 얼굴을 자랑한다. 선발 당시 외모 기준은 자연스럽고, 맑고, 청초하며, 활기가 넘치는 중국 전통의 미인형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사장에 나타난 이들의 첫째 매력은 환한 미소다. 지난 2년 동안 군사훈련에 버금갈 강한 훈련을 받았는데 그 시작이 미소 짓는 얼굴 만들기였다. 행사 도우미 총 디자이너인 이밍(易茗)은 “미소는 첫인상이고, 그 첫인상이 올림픽 행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첫째 요인”이라고 말했다.

복장도 이들의 매력 포인트다. 우아함과 섹시함을 겸비한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변형시켜 모두 15가지의 옷을 만들었는데 색깔이 네 가지다. 청화백자의 색과 연한 녹색, 진한 남색, 분홍색 등으로 각각 디자인이 다르며 모두 중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헤어 스타일은 앞에서 보면 모두 뒤로 정갈하게 빚어 넘긴 모양이다. 그러나 뒤를 보면 디자인이 세 가지로 서로 다르다. 첫째는 머리를 따 이를 모두 머리 안으로 집어넣어 깔끔하게 처리했다. ‘우아함’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둘째, 머리 모양은 뒷머리에 오륜기 모양의 수를 장식했다. 올림픽의 상징과 함께 친절함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렸다. 마지막 모양은 생머리를 한 군데만 묶어 머리 꼬리를 말총처럼 내려뜨렸는데 젊음의 활력을 상징한다.

도우미들의 얼굴 이면에는 고도의 화장술도 숨어 있다. 올림픽 도우미의 경우 개별 화장이 금지된 채 모두 전속 미용사가 하게 돼 있다. 2년 전 화장 전문 미용사 300여 명이 선발됐는데 모두 당대 최고의 화장술을 자랑한다는 게 올림픽조직위 관계자의 말이다. 도우미 화장에는 원칙이 있는데 눈썹은 버드나무 잎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을, 눈은 살구 씨처럼 크지도 않고 적당한 원의 미를, 턱은 앵두처럼 조그맣고 귀여운 이미지를 표현토록 한다. 모두 우아함과 섹시함, 그리고 귀여움을 겸비한 중국의 전통 미인을 표현하기 위한 원칙이라는 게 이밍의 설명이다. 물론 화장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예컨대 수영장 내 도우미는 우아함을, 비치발리볼 경기장의 도우미는 발랄함과 생동감을 표현하는 식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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