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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경론 주도한 친한파들 한·일 관계 고려해 이름 못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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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정치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전 부총재가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속내를 밝혔다. 자민당 외교조사회 회장인 그는 독도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계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6일 도쿄 히라카와초(平河町)에 있는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한 시간여 인터뷰하는 동안 내내 “말조심해야 한다”며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했지만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해설서 명기를 강행한 이유는.

“영토 문제라 매우 민감하다. 솔직히 한국과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정치 문제가 될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논의했다. 그 결과 (독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는) 양국 주장이 서로 엇갈려 있다는 표기를 하게 됐다. 원래 교육 문제에는 정치가 개입해선 안 되지만 고도의 정치 판단에 따라 일본 입장과 한국 주장을 동시에 쓴 것이다. 어떻게든 한국에는 이해를 구하고 싶다.”

-한국 국민들은 그런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본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문제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북방 영토 4개 섬 영유권 분쟁이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 문제도 있다. 다케시마 문제로 노선을 변경하면 다른 데 영향을 주게 된다. 어업 수역 문제도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 어민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 철학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독도 문제를 끊임없이 국제분쟁화해 국제사법재판소에 끌고 가려는 고도의 전략이 아닌가.

“일본은 오래전부터 국제사법재판소에 간다는 방침 아래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그걸 강하게 주장하는 건 아니다. 또 제소는 쌍방 합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하는 상황에선 제소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물리적인 방법도 생각하는가.

“현실적으로 한국이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지 않으냐. 일본은 물리적인 힘으로 그걸 멈추게 하거나 스스로 실효지배하려는 행동을 취하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디까지나 평화적 수단, 외교적 대화로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선 일본에 매우 비판적이다. 이런 대응을 감정적으로 보나.

“일본에도 한국에도 민족주의가 있다. 민감한 영토 문제에 한국이 그런 대응을 보이는 건 한국의 내정 문제다. 반대로 일본이 어떤 행동을 해도 일본의 내정 문제다. 다만 각자 내정의 연장선상에 외교가 있으므로 격돌이 빚어지지 않게끔 외교적 조치가 필요하다.”

-누가 독도 표기론을 주도했나.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관방장관도 거론됐다.

“강경론을 주도한 이들은 친한파이기도 하다. 그들의 한국과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밝히지 않겠다. 다만 마치무라 장관은 양론을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14일 ‘다케시마를 기술한 것은 한·일 외교상의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 대한 설명 의무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가 우익세력의 강한 반발을 샀다고 들었다.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에 외교적 배려가 충분히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일본 내 우익세력의 강한 비난과 항의를 받았다. 나로선 뜻밖이었지만 당연한 말을 한 것이다. 북핵·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일 관계가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한·일 관계 그 자체가 필요하고 중요한 국면이다. 서로 잘 이해하는 지도자가 양국에 들어선 만큼 ‘한·미·일’ ‘한·중·일’이란 두 개의 트라이앵글을 잘 조화시켜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일의 축이 확고해야 한다. 그래서 외교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독도 문제는) 영토 문제이기 때문에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와는 다소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사전에 자민당 외교조사회에서 해결을 시도했으면 좋지 않았나.

“그런 아이디어도 있었으나 거기에서의 논의가 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신중을 기했다.”

-당시 문부과학상이던 도카이 기사부로(渡海紀三朗)가 야마사키 전 부총재의 파벌 의원이었는데, 설득할 수 없었나.

“그는 서로 다른 주장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나도 나름대로 의견을 전했지만 (파벌 수장인) 내 말을 따르면 각료로서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최근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확정 지역으로 바꿨다가 원상회복했는데, 일 정부는 미국에 압력을 넣을 것인가.

“일 정부가 미국에 공식 항의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올 하반기에는 일본 고교의 사회·공민교과서 해설서 개정이 예정돼 있다.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표기가 들어가면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텐데.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상부에 전달할 생각이다. 또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여러 의견을 듣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전달하겠다.”

-9월로 예정된 한·중·일 3국 회담이 제대로 열리겠나.

“열리기를 갈망한다. 한·중·일 신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다. 이게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는 큰 차이다. 꼭 실현돼야 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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