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terview] “‘9억원 중산층’은 失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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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생
서울대 졸업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 MBA
17회 행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17~18대 국회의원

이코노미스트 재경부 관료 출신인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재선)은 요즘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었다. 종부세 완화 논란에 불을 댕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9억원이면 중산층” 발언으로, 그의 홈페이지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네티즌의 비난 댓글도 홍수다.

그는 “총대를 멨다”고 했지만 “종부세는 좌파가 계층을 가르기 위해 때린 선동적이고 전근대적인 세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왜 그는 후폭풍이 뻔히 보이는 ‘종부세 전쟁’의 첨병을 자임했을까? 종부세 완화가 그렇게 급한 사안이었을까? 그것도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이 시점에? 경제는 어렵고, 국회는 공전 중인 이 시기에? 여러 의문을 갖고 8월 1일 국회 의원회관 429호실에서 그를 만났다.

-종부세 완화가 총선 공약이었나?
“그렇다. 종부세 완화하겠다, 종부세를 유명무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구(강남 갑)가 영향이 있었나?
“지역구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17대 국회 때부터 준비해 온 것이다. 대통령도 세제 개혁과 감세 등을 공약하지 않았나?”

-굳이 이 의원이 나선 이유는?
“총대를 멘 측면이 있다. 종부세 완화는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다들 입 다물고 있더라. 촛불에 눌려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건전한 우파, 양심 있는 우파를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종부세는 미실현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

사실 그가 종부세 완화 법률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7월과 2007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종합소득세법 일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도 ‘종부세 과세 방법을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변경하고, 과세 표준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다’는 것을 골자로 발의한 지난 7월 22일 법률안 내용과 비슷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저서 『날자, 날아보자 한국경제』에서도 “차기 정권은 어떤 식으로든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점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종부세 완화가 그렇게 급한 사안이었나?
“올해 종부세 고지서가 12월 초께 나간다. 올해는 종부세 과세표준액이 90%로 늘어난다. 세금이 더 나온다는 얘기다. 늦어도 10월 하순까지는 법안 처리 등 결정이 나야 한다. 올해 종부세 납세자들이 경감된 고지서를 받게 하겠다.”

그는 관련 법안을 제출하면서 “9억원 정도(주택보유자)는 중산층 아닌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에게 “법무부가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에 찬성하시겠다”고 농담을 건네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의도적인 발언이었나, 실언이었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소 생각을 얘기한 것뿐이다.”

-상처받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소감은?
“9억원 안 되면 극빈층이냐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소득 수준으로 얘기한다. 도시근로자 가구 기준으로 280만~300만원 정도면 중위 소득자다. 여기에 앞뒤로 50% 붙이면 200만~460만원 정도 벌면 중산층으로 분류된다(그는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제시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99~132㎡(30~40평)에 중형차를 소유한 도시근로자를 대변한다. 아이들 둘 키우고 방 세 개 정도 있으면 99㎡ 이상인데, 강남·분당·용인·수지 등에 사는 99~132㎡ 거주자가 그러면 부유층인가를 생각해 달라.”

사실 중산층의 정의는 각양각색이다. 정부는 소득 기준으로 10개 계층으로 나눈 후 상위 30~40%에 드는 집단을 중산층으로 규정한다. 이 경우 가구 월평균 소득은 340만원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위 소득 계층인 중산층이 2006년에 전체 가구의 58.5%(상류층은 24%)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점을 보더라도 이 의원의 ‘9억원 중산층’ 발언은 무리가 있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37만 가구다. 100가구 중 2곳 정도만 낸다. 이 때문에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중산층’을 끼워 넣은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종부세가 왜 나쁜 법인가?
“종부세는 미실현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이 원칙이다.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납득할 수 있는 세금을 매겨야 하는데, 특정 계층을 잘라서 징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면 왜 6억원이냐, 3억원으로 해서 다 내게 하지? 종부세는 좌파가 선동의 무기로 쓴 세금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한다고 하면서, 선동에 의한 세금을 매겨도 되는 것인가? 99~132㎡ 거주자 중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집 산 사람이 많은데,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 종부세는 중세 유럽의 인두세처럼 전근대적인 법이다.”

-종부세 부담이 결국 서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주장을 했는데.
“세금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전가된다. 건물에 세금 때리면 임대료가 올라가고, 토지에 매기면 이용료가 올라간다. 주택에 때리면 전월세가 올라간다. 종부세 역시 내는 사람뿐 아니라 서민에게도 부담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 소득은 그대로인데, 종부세가 급증하면 당사자들은 외식 줄이고, 교육비 줄이고, 헌금이나 시주를 줄이게 된다. 세금은 흘러 다니는 것이다.”

-부동산세 완화에 따른 투기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심한 소리다. 종부세 완화는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이다. 최근 부동산 거래와 실수요자 동향을 따져보면 양도세, 종부세, 거래세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거래가 정상화되고,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종부세법 개정은 결국 어떻게 처리될 것으로 보나?
“올해 안에 종부세가 완화될 것으로 믿는다. 감세는 MB와 한나라당의 공약이다.”

-다른 감세안도 다룰 생각인가?
“최근 저소득층의 세금을 줄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도세를 줄이는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감세가 오히려 부동산 거래 활성화한다”

-왜 감세에 집착하나?
“한나라당은 감세 정책을 공언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됐고, 국회 과반을 차지했다. 감세안을 내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비판자들은 한나라당이 내는 개정안에 대해 2% 부자만을 위한 개정안이라느니, 극소수 부유층에만 유리한 포퓰리즘이라느니 하면서 여론을 오도하려 하는데,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종부세 과세 대상인 2%가 과연 부유층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종부세 감세로 인한 세수 결함이 그대로 서민에게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끝으로 할 말씀이 있다면….
“전반적인 감세정책이 기대하는 효과는 세금으로 인해 왜곡돼 있는 시장 기능을 바로잡아 정상화하자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서도 오히려 순기능을 회복해 거래 활성화, 가격 하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뷰 하루 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종부세 완화는 한나라당의 확실한 당론”이라고 밝혔다(이종구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네 명이 종부세 완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올해 안에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CBS는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55%가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찬성 32%)’고 보도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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