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비 유리벽 금가고 장군총엔 中동전 박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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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구려 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해놓고도 정작 유적에 대한 보호관리는 허술하게 하고 있다.

9일 지안(集安)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 가운데 5호묘. 석실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벽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습기로 인한 벽화 훼손이 우려됐다. 5호묘는 석실 내부에 청룡ㆍ백호ㆍ주작ㆍ현무를 담은 ‘사신도’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콘크리트 지하 통로가 고구려 5호분의 석실까지 뚫려 있었다. 석실 안은 바닥에 조명이 약한 미등이 켜져 있어 벽면은 어두웠고 캄캄했다. 사진촬영이 금지된다는 안내를 들었지만 안내원은 벽화에 손전등을 비춰가면서 벽화 내용을 설명했다. 벽화는 이미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져 훼손이 심했다.

관람객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받아들이다 보니 석실 안은 매우 혼잡스러웠다. 한 관람객은 인파에 떠밀려 자기도 모르게 벽에 손을 짚었다가 자신의 손에 흰색 물감이 묻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어떻게 벽화에서 물감이 묻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분 관리사무소가 벽화를 덧칠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구려 제20대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태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광개토태왕비는 지붕과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붕은 주황색 기와를 올려 중국풍으로 꾸며져 있었고 지붕에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현판에는 광개토태왕비가 아닌 ‘호태왕비’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정식 명칭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에서 마지막 세 글자만 따와서 부른 것이다. 광개토태왕비 주변의 안내판에도 ‘호태왕비’로 적고 그 밑에 중국식 영문 표기인 ‘하오타이왕(Haotaiwang)’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비석의 글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또렷했다. 사진은 유리벽 바깥에서만 허용됐다. 정면 좌측과 우측 유리벽 두 곳에는 길이 30㎝ 정도의 금이 가 있었다.

비석 앞 콘크리트 바닥에는 지폐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관람객들이 적선의 의미로 비석 바닥에 놓고 간 것이었다. 중국돈과 한국돈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관람객들이 놓고 간 지폐들은 광개토태왕릉과 장군총 석실 안에서도 발견됐다. 구겨진 지폐들은 관이 놓여 있던 석실 바닥에 헝클어져 있었다.

특히 장군총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었으며 수많은 관람객들이 장군총을 올라가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관람객들이 건축물에 오를 경우 석축에 하중이 가해져 원형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군총 석실 안 오른쪽에는 캐주얼 차림의 관리원이 의자를 갖고 놓고 앉아 있었다. 관리원 의자가 놓인 석실의 석축 틈새에는 누가 박아 놓은 것인지 알 수 없는 1각짜리 중국 동전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14일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허름한 발해박물관에 들어서자 발해를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중국동북지방소수민족의 변방정권’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발해의 도읍지 유적인 동경성은 최근 복원을 하면서 사용한 시멘트 흔적이 군데군데 발견됐다. 동경성 성곽 한복판에는 밭이 있었는데 밭에는 인근의 농민이 재배 중인 것으로 보이는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집안·발해진=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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