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구려 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해놓고도 정작 유적에 대한 보호관리는 허술하게 하고 있다.
9일 지안(集安)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 가운데 5호묘. 석실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벽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습기로 인한 벽화 훼손이 우려됐다. 5호묘는 석실 내부에 청룡ㆍ백호ㆍ주작ㆍ현무를 담은 ‘사신도’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콘크리트 지하 통로가 고구려 5호분의 석실까지 뚫려 있었다. 석실 안은 바닥에 조명이 약한 미등이 켜져 있어 벽면은 어두웠고 캄캄했다. 사진촬영이 금지된다는 안내를 들었지만 안내원은 벽화에 손전등을 비춰가면서 벽화 내용을 설명했다. 벽화는 이미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져 훼손이 심했다.
관람객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받아들이다 보니 석실 안은 매우 혼잡스러웠다. 한 관람객은 인파에 떠밀려 자기도 모르게 벽에 손을 짚었다가 자신의 손에 흰색 물감이 묻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어떻게 벽화에서 물감이 묻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분 관리사무소가 벽화를 덧칠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석 앞 콘크리트 바닥에는 지폐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관람객들이 적선의 의미로 비석 바닥에 놓고 간 것이었다. 중국돈과 한국돈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관람객들이 놓고 간 지폐들은 광개토태왕릉과 장군총 석실 안에서도 발견됐다. 구겨진 지폐들은 관이 놓여 있던 석실 바닥에 헝클어져 있었다.
14일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허름한 발해박물관에 들어서자 발해를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중국동북지방소수민족의 변방정권’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발해의 도읍지 유적인 동경성은 최근 복원을 하면서 사용한 시멘트 흔적이 군데군데 발견됐다. 동경성 성곽 한복판에는 밭이 있었는데 밭에는 인근의 농민이 재배 중인 것으로 보이는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집안·발해진=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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