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임춘애' 無名 마키 나고야 국제여성마라톤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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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 여자마라톤계가 「일본판 임춘애」의 등장으로 흥분하고 있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닛폰등은 11일자 1면 머리기사로 일본 여자마라톤의 새로운 유망주인 마키 이즈미(27.사진)를 일제히 크게 보도했다.
마키는 10일 벌어진 96나고야국제여자마라톤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발렌티나 예고로바(러시아)를 따돌리고 2시간27분32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그것도 풀코스마라톤 첫 도전에서 이룬 성과였다.
그러나 일본언론을 더욱 흥분시킨 것은 가시밭길을 달려온 그녀의 인생역정이다.가냘픈 몸매(161㎝.44㎏)로 곧 쓰러질 듯레이스를 펼치며 올림픽챔피언을 꺾은 마키는 하마터면 올림픽출전은 커녕 제과점 종업원에 그칠 뻔했다.가난 때문 이었다.네살때어머니를 여의고 화물선박 선원인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녀는 집안살림을 꾸리기 위해 고교졸업과 동시 제과점에 취직하기로 돼있었다.
이때 워콜육상단이 87년 그녀를 육상팀에 발탁하면서 인생항로가 바뀌었다.그러나 마키는 2년만인 89년 왼쪽발끝이 문드러지는 괴질과 위염으로 1차 도중하차 했다.6개월 투병끝에 1만선수로 재기했지만 성적은 91도쿄세계육상선수권 1만 20위,92바르셀로나올림픽 12위,93슈투트가르트세계선수권 17위에 머물렀다.지난해 7월 하프마라톤에 출전,재기를 벼르던 마키는 이뇨제 복용으로 인한 4개월 출장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키는 올1월 도쿄하프마라톤에서 일본최고기록(1시간8분18초)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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