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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 솔직하게 알린 대만정부-대만사태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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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사일 훈련으로 준(準)전쟁 상황을 맞은 대만 당국은 침착했다.주가 폭락.이민 행렬 등 일부 민심동요를 방지하려는 노력과함께 전시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신속하고 차분히 시행했다.
동시에 국제 사회에 대한 지지호소 등 대외적 노력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
같은 분단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로선 지켜볼 만한 대목이 많았다. ◇국내 상황 대처노력=중국이 미사일 훈련계획을 발표한 5일부터 대만 당국은 바로 대응조치들을 내놓기 시작했다.민심안정과 함께 특히 증시.기업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한 경제안정책마련에 부심했다.
▶사태의 투명성 확보:평소 정보를 철저히 통제해오던 대만 국방부는 8일 오전 중국의 미사일 발사 1시간만인 오전 2시30분에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주가폭락 등 예상되는혼란을 감수하고 이를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사 태의 진상을 알리려 노력했다.이후 계속되는 중국의 미사일 발사와 실탄사격훈련 등에 대한 소식도 정확히 언론에 알림으로써 상황의 투명성을확보하는 데 주력했다.이 때문에 대만 사회는 8일 미사일 발사이후 잠시 혼란을 겪었지만 바로 평 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신속한 경제안정책:대만 재정부는 당초 총통 선거용으로 선거한달전인 지난 2월23일부터 증시안정기금 3백억 대만달러(약 9천억원)를 방출하기 시작했다.여기다 미사일 발사 당일인 8일부터는 3백28억 대만달러(약 9천9백억원)를 풀기 시작하는 한편 기금 전액(2천억 대만달러.약 6조원)을 다 풀어서라도 증시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증시는 곧 회복세로 돌아섰다. 재정부는 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9백50억 대만달러(2조8천5백억원) 융자계획도 발표했다.
▶전쟁상황 대비:대만 국방부는 8일부터 진먼(金門)도 일대에「상황 3」의 준전시 군사 대비상태를 선포했다.또 경제부와 공동으로 식량.원유.설탕 등 주요 비상물자 확보에 나섰다.교통부는 전시동원 방안에 따라 48만5천대 차량과 중 장비 5천4백대,운전기사 32만3천명,민용 항공기 1백17대를 즉각 투입할태세를 갖췄다.
◇국제사회에 대한 호소=정부는 물론 거의 모든 사회단체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각 사회단체는 10일부터 「한 사람이 한 통씩 편지 보내기(一人一信)」운동을 시작했다.2천1백만 대만인들이 미국의 클린턴,일본의 하시모토,러시아의 옐친 등 3국 정부 수반에게 편지를 보냄으로써 지지를 호소하자는 취지였다.
대만 당국은 또 워싱턴 로비를 풀가동 함으로써 미국내 공화당의원 등의 대만 지지발언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대만에 몰려든외국 언론인들의 진먼도 등 최전방 취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민간 동향=대만 당국의 이같은 노력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혼란이 없었으나 금.달러 사재기,이민 행렬등 일부의 동요는 어쩔 수 없었다.
타이베이(臺北)등 대만 본섬에서는 달러와 황금.항공기 티켓을주로 사들였다.
중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황금의 경우 한 노인이 35만8천 대만달러(약1천81만원)짜리 금줄을 이틀동안 무려 30개(약 3억3천만원 어치)나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달러 사재기로 은행의 달러가 동나자 대만 중앙은행은 달러 매입을 규제하는 대신 미국에서 달러화를 공수(空輸)해서라도 달러를 대겠다는 발표를 했다.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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