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술사치' 너무 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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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민들에겐 전설속의 얘기처럼 들리던 고급 외국술들이 국내에서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술에 대한 입맛의 고급화라 할까,술사치라 할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이다.일류호텔에서 한병에 80만~1백만원까지 받는다는 30년짜리 밸런타인 위스키의 이름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보통 수십만원 한다는 로열 살루트니 조니워커 블루라는 술을 맛본 적이 있는가.
서민들은 이름조차 들어보기 어려운 이런 고급술들이 일부 부유층과 이른바 사용족(社用族)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소비되고 있다.위스키의 수입추세를 보면 4년만에 2.2배,4년9개월만에 2.5배가 됐다.90년 3천4백만달러어치이던 것이 94년 7천5백만달러,95년9월 8천8백만달러어치에 이르렀다.
실제 술집등에서 보면 보통 8년짜리 국산위스키가 급속도로 12년짜리 수입원액 위스키로 바뀌고,다시 15년짜리로 고급화되는추세라고 한다.작년에 처음 나온 15년짜리 수입 위스키가 1년만에 시장점유율이 14%까지 치솟았다니 알만한 일이다.우리나라에 원액을 공급하는 외국술회사들까지도 이런 판매 급신장에 혀를내두른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아직도 부유층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제돈 내고 사먹는데 누가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그렇지만 이런 급격한 술사치화 추세는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거품현상이 아닐 수 없다.12년짜리 위스키는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 서도 우리처럼 그렇게 마셔대는 술이 아니다.미국.유럽등 선진국에서도 이런고급술은 쉽게 마시지 못한다.
우리의 경우 한마디로 분수에 맞지 않는다.몇십만원짜리 술을 마시는 심리를 뜯어보면 대개 자기과시의 허영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그릇된 「대접문화」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나도 그런 술을 먹어봤다,나도 갖고 있다는 자기과시와 허영, 손님에게 고급술을 대접해야 체면이 선다는 사고방식 등이 깔려있다고 볼 수있다.과시벽과 졸부(猝富)현상이라고나 할까.건강한 사회기풍이나소비행태와는 거리가 먼 술사치현상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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