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의 계절, 발은 고생의 계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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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24면

여름은 샌들을 신고 온다. 거리는 벌써 답답한 구두를 벗고 형형색색의 샌들로 갈아 신은 여성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발의 고생은 이제부터. 통기성은 좋아졌지만 고정력이 약해 발목 인대 파열, 아킬레스건 손상 등 심각한 발 질환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불안한 신발은 무릎 손상, 요통은 물론 신체 불균형에 의한 골반 비틀림,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도 발 맵시를 위해 샌들을 꼭 신고자 하는 여성을 위해 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이경태(정형외과) 교수가 조언을 했다.

소재 딱딱해 피로 느끼기 쉬워
샌들은 발등과 발목을 감싸는 끈(스트립)의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발등을 가로로 덮는 밴드형이나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방사형이 가장 흔한 모양이다. 끈이 발등에서 일자로 내려오는 T자형, X자로 감싸는 X자형, 가죽 끈이 발목까지 감아 올라가는 글래디에이터 샌들도 있다. 플랫폼 샌들은 앞과 뒤 모두 굽이 있는 형태. 여기에 통굽으로 불리는 웨지힐 샌들과 끈이 아예 없는 누드샌들(발바닥에 점착)까지 등장했다.

샌들의 장점은 통기성이다. 그런 만큼 발을 잡아 주는 고정력이 약한 것이 단점이다. 걸을 때 지렛대 역할을 하는 아킬레스건과 발의 옆면을 지지하지 못해 발이 삐끗하는 염좌가 흔하게 발생한다.

샌들의 또 다른 건강 위해(危害) 요인은 딱딱하다는 것이다. 신발과 달리 쿠션이 없는 딱딱한 소재로 만들어 걸을 때 바닥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어렵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 쉽게 피로를 느낀다. 머리 끝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여성도 있을 정도다.

물집도 잘 생긴다. 특히 엄지와 새끼발가락 바깥쪽에 주로 생긴다. 샌들의 끈과 발이 닿는 부위로 땀 흡수가 안 돼 물집이 잡힌다. 밑창이 얇은 것도 흠이다. 발을 디딜 때 충격 흡수가 안 되니 무릎관절에 부담을 준다.
통굽형 샌들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은 엄지발가락 강직증이다. 통굽은 걸을 때 엄지발가락 뿌리 부위가 접히지 않는다. 따라서 발가락 끝에 힘을 주게 돼 관절 마디가 위로 솟아 굳어 버린다.

굽 높이 3.5㎝ 넘지 않게
샌들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고정력은 발을 감싸주는 끈의 수와 넓이에 비례한다. 모양으로 보면 밴드형이 고정력에서 가장 낫다. 다음은 X자형. 여기에 뒤를 감싸준 형태가 안정감을 더해 준다.

바닥재는 발 앞꿈치를 구부려 유연한 것일수록 좋다. 여기에 바닥 중앙 곡선이 발의 아치 모양과 일치해야 족저근막의 하중을 덜어준다. 가능하면 쿠션이 있는 것(특히 앞쪽)을 고를 것. 이를 위해선 밑창이 충격 흡수가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살펴 본다.

하이힐처럼 굽이 높은 샌들은 피한다. 굽의 높이는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 뒷굽이 높을 경우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가슴을 내밀고, 엉덩이를 뒤로 빼는 요추전만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아킬레스건에 의한 추진력이 떨어져 넓적다리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무릎과 장딴지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흔하게 나타나는 물집을 예방하기 위해선 끈 안쪽에 땀을 흡수하는 패딩이 달린 샌들을 선택한다.

샌들을 살 때는 길이뿐 아니라 폭에도 신경 써야 한다. 폭 치수는 표기하지 않으므로 신고 짧은 거리라도 걸어 봐야 한다. 체중이 실렸을 때 발의 폭이 1~1.5㎝ 늘어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틈틈이 발 근육 강화 운동
발은 노동의 대가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관. 그렇다면 하루 종일 혹사당한 발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일까.

먼저 귀가한 뒤 해야 할 일은 피로 풀기. 체중이 발에 가하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걸을 때 단위 면적당 하중은 체중의 3배, 뛸 때는 5∼10배로 늘어난다. 오래 걸은 뒤 발이 얼얼하고 붓는 것은 인대와 힘줄·근육에 크고 작은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

발의 피로를 푸는 최선의 방법은 족욕이다. 목욕탕 물보다 약간 뜨거운 섭씨 40∼43도의 물에 발목 아랫부분을 10∼20분 담근다. 발을 찬물과 더운물에 번갈아 담그는 발 냉온욕도 해볼 만하다.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긴장된 인대와 근육이 풀리고, 미세한 손상이 치료된다.

둘째는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발에는 114개의 인대, 20개의 근육이 정교하게 짜여 있다. 이들 지원부대가 발을 구성하는 26개 작은 뼛조각의 기능을 도와준다. 문제는 발의 작은 근육들이 평소 신발에 갇혀 있어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집에서 틈틈이 발 근육을 위한 운동을 해줘야 한다. 발가락으로 골프공이나 수건을 집어올리는 운동이나 계단 끝에 발끝을 걸치고 아래위로 움직여 주는 아킬레스건 강화운동을 한다.

셋째는 피부 다듬기다. 양말을 신지 않고 노출된 피부는 거칠어지고, 불편한 신발은 굳은살을 만든다. 발을 불린 뒤 스크럽으로 각질을 벗겨내고, 다시 경석이나 버퍼로 남은 각질을 말끔히 제거한다. 그리고 풋크림을 발가락→발등→발바닥→장딴지 순으로 마사지하듯 발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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