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는 싫어요’→‘협상무효 고시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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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둘째 주말부터 일반 시민의 참여가 확대됐다. 지난달 7일 열린 ‘쇠고기 청문회’는 정부 협상에 문제점이 많았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 5월 9일 출범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는 시위의 구심점이 됐다.

‘협상무효·고시철회’같이 정리된 구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초기 피켓이 10대들의 손으로 쓰인 것이었다면 5월 중순부터의 피켓은 깨끗하게 인쇄된 것이 많았다. ‘이명박 OUT’ 같은 구호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쇠고기 민심’은 민영화 정책, 대운하 건설 등 다른 이슈로 옮겨갔다. ‘쇠고기 불안감’이 ‘반정부 정서’로 확대되는 모양세였다.

5월 29일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 고시가 발표됐다. 촛불집회도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시위 참가자들은 “그동안 그렇게 요구했는데, 국민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독재정권 타도’로 보다 격렬해졌다.

민주화 운동 시기였던 1970~80년대 시위문화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5월 31일 집회에서는 폭력시위와 강경진압이 나타났다. 일부 시위대는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고, 경찰은 물대포를 사용했다.

80년 광주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민중가요가 시위대 사이에서 불려지기 시작했다. 유신정권 시절은 물론 80년대 시위의 단골 메뉴였던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도 등장했다. 노래도 당시 유행했던 ‘훌라송’이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훌라훌라~’ 식의 단순한 반복은 시위대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다. 어린이 프로 ‘뽀뽀뽀’의 노래 가사를 ‘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값, 엄마가 시장 갈 때 미친 소’처럼 바꿔 부르기도 했다. 인기 가요 ‘꽂집의 아가씨’를 바꾼 ‘2MB 아저씨는 잘해요’도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는 ‘2MB 아저씨는 잘해요, 그렇게 잘할 수가 없어요, 고소영 우대하고, 강부자 데리고서, 나라를 망치려고 하네요’라는 가사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를 꼬집었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들이 20~30년 전 시위문화에 호응한 것은 아니었다.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고교생 양모(16)양은 “훌라송은 그렇다 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왠지 거부감이 든다.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가 나올 때는 다른 구호를 외치거나 가만히 있는다”고 말했다.

시위대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과거 시위를 연상케 하는 대책회의의 집회 주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놀러온 것이 아니라 투쟁하러 온 것”이라고 다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심야 청와대 행진 과정에서 쇠파이프가 등장해 폭력시위 양상을 빚자 ‘평화집회’ 논란이 인 것도 이 시기다.

현장에서 집회를 꼼꼼히 지켜본 고려대 이명진(사회학) 교수는 “다양한 구호가 등장한 만큼 이번 촛불집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장주영·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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