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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여친들 ‘인간 폴리스라인’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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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의 아들, 우리의 연인, 그 앞에서 또 다른 ‘폴리스라인’이 되어줍시다.”

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고무신카페(cafe.naver.com/komusincafe)’에 올라온 글이다. 고무신카페는 애인이 군 복무 중인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이다. 이곳에 등록된 회원만도 16만 명이 넘는다. 글을 올린 신모(23·여)씨의 남자 친구도 전경이었다가 지난해 전역했다.

신씨는 지난달 초부터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면서 더 이상 집회에 나가지 않았다. 남자 친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난달 말 인터넷 카페 전·의경 부모 모임 회원들과 함께 집회를 보러 나갔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경과 시위대가 험악하게 대치하던 장면 때문이다. 전경과 시위대 간에 싸움이 일어나려던 순간 함께 간 부모들이 “우리 아들들을 때릴 거면 우리를 밟고 가라”며 바닥에 누웠다. 시위대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신씨는 “시위 때 예비역들이 시민 보호라인을 만드는 것처럼 전·의경 부모와 애인이 힘을 합쳐 전·의경을 지키는 폴리스 라인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있을 촛불집회에서 전·의경 부모 모임 '고무신카페' 등의 회원 30여명과 함께 전경을 보호하기 위한 폴리스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막다 다친 전·의경들에 대한 동정 여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전·의경 부모 모임, 고무신카페 등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에 직접 나가 평화집회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운집할 ‘6·10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무신카페’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우모(23·여)씨는 9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고등학생부터 술 취한 노인까지 전·의경을 코앞에서 모욕하고, 언론에서는 전·의경 수십 명이 입원해도 자세한 소식도 들려주지 않는다”며 안쓰러워했다.

이 글이 인터넷 카페 등으로 옮겨가면서 비폭력 시위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다. 8일 새벽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둘러 전·의경 수십 명이 다쳤다는 소식에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디 ‘lovesun86’은 “왜 전경들한테 화풀이하는 지 모르겠다. 다친 시민이 있으면 다친 의경이 있듯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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