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는있는요리>미역찹쌀수제비-주부 오숙향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수은주가 뚝 떨어진 어느 가을 아침 문득 무기력하고 멍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그럴 때 주부 오숙향(吳淑香.34.경기도성남시수정구신흥동)씨는 『머리가 비어서 그런 거지』라며 머릿속을 채워주기 위해 찹쌀 경단을 빚어 미역수제비 를 끓여 주시던 친정어머니를 떠올린다.대구의 친정어머니는 밥상에 흔히 올리는 고추장에도 늙은 호박으로 만든 조청을 곁들여 별미를 낼만큼 남다른 음식솜씨를 지닌 분.그 솜씨를 미처 다 따라가지 못하지만 미역수제비 정도는 비슷하게 끓일 수 있단다.
미역찹쌀수제비는 수험생이나 막 아기를 낳은 산모 등 기력을 돋워야 하는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음식.이웃에 두루 대접을 해봐도 다들 『처음 먹어본다』고 하지만 吳씨의 어린 시절 고향에선 그만한 영양식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찹쌀경단만 미리 빚어두면 바쁜 출근길에 밥상받기 부담스러워하는 남편의 아침식사로도 그만.마르지 않게 젖은 보자기를 씌워 둔 경단을 전날 끓여둔 미역국에 넣고 다시 끓이는 것뿐이니 吳씨의 아침준비도 한결 가쁜해진다.
주의할 점은 간은 반드시 간장으로 하라는 것.吳씨는 『소금은찹쌀가루를 빻을 때나 넣고 다 끓인 뒤 간을 할 때는 국간장,그것도 되도록 조선간장으로 맛을 내야한다』고 강조한다.찹쌀은 꼭 뜨거운 물에 반죽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기본 .단 찹쌀만 반죽하면 늘어지고 퍼지기 십상이니 3대1의 비율로 멥쌀을 섞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료=미역 70,쇠고기 150,찹쌀 3컵,쌀 1컵,물 7~8컵,국간장.참기름.소금 약간씩.
▶조리법=①찹쌀과 쌀을 깨끗이 씻어 2시간 정도 불린다.②불린 쌀에 약간의 소금을 넣어 분마기에 곱게 간 다음 끓는 물에반죽해 새알을 만들어둔다.③미역을 물에 불린 후 건져 물기를 약간 뺀다.④냄비를 달궈 참기름을 두른 후 세로 3㎝.가로 1㎝ 정도의 크기로 썰어둔 쇠고기를 볶는다.⑤ ④에 미역을 넣고볶다가 물을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⑥미역국이 한소끔 끓어 오르면 새알을 넣어 떠오를 때까지 끓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