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형대한민국CEO] 의사 ·CEO서 또다시 변신 ‘안철수 정신’에 밑줄 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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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안철수연구소의 CEO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 미국 유학을 떠났던 안철수(46) 박사. 그가 며칠 뒤면 돌아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다음달 6일부터 KAIST 경영대학원(경영경제학) 교수로 의사와 벤처기업인에 이은 제3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그동안 다양하게 배운 지식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3년간 미국 생활 중 1년은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공개강좌를 듣고, 나머지 2년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최고경영자과정(Executive MBA)을 마쳤다.

그의 인생은 늘 ‘도전과 창조’를 향했다. 1988년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시절 전공과는 거리가 아주 멀고, 당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생소했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95년엔 아예 의사 가운을 벗고 벤처기업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 국내 대표 보안솔루션 회사로 키워냈다. 이 회사는 출범 5년 만인 2000년 매출 100억원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5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반석이 되었다. 그의 이름 앞엔 ‘성공 벤처 1세대 창업자’ ‘국내 PC 보안 선구자’ 라는 수식어가 늘 붙는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났다. 실리콘밸리의 한복판 팔로알토에서였다. 그는 스탠퍼드대 인근에 있는 와튼스쿨 캘리포니아 캠퍼스에서 졸업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회사로 복귀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현재 경영진이 잘 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공부가 재미있느냐는 질문엔 “졸업 학점보다도 많은 강의를 들었을 정도로 선진 벤처경영 지식과 기법을 배우는 데 푹 빠져 있다”며 웃었다. 그 덕에 아내 뒤를 좇아 KAIST 교수가 되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동문인 그의 아내 김미경(45)씨는 이달부터 강단에 섰다.

교수로서 그는 앞으로 벤처기업가 정신을 학생들에게 불어넣어 한국 경제를 생동감 넘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취업과 미래에 자신이 없어 고개 숙이고 있는 공대생에게 도전 정신과 꿈을 심어주겠다고 밝혔다. 그의 커리큘럼은 자신의 인생과 경험, 지식이다. 의대를 나와 공학도로 변신했고, CEO가 된 뒤 벤처기업 전도사로 나선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내 인생과 경험에 선진 경영지식을 가미하면 학생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산하기관에서 벤처기업인을 가르치는 일도 겸할 예정이다. 벤처 정신은 젊은이의 도전이자 꿈이고, 벤처기업은 국가 경제의 활력소라는 그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그는 “앞으로 IT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고 “KAIST 교수 외에 여러 분야에서 최고학습책임자(CLO)로 활동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기업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지금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대기업들이 그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안철수 박사는 회사에서 이사회 안건을 주면, 마치 대학생이 시험 준비하듯 열심히 공부한 뒤 회의에서 혁신이 필요한 사안을 경영진에게 직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양쪽에서 비례대표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으로 정치도 괜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도 벤처업계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벤처산업 육성에 정치가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때는…”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원호 기자

※이 시리즈는 중앙일보와 자매지인 이코노미스트·포브스코리아 공동 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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