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합청사부터 엉망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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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무부의 정부종합청사 안전점검결과 제1(서울 광화문).제2(과천)청사가 모두 재난(災難) 무방비상태로 밝혀졌다니 너무도 어이가 없다.
지은지 25년된 정부1청사는 19층이나 되는데도 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나 자동화재탐지기조차 없는 「원시적」 건물로 드러났다고 한다.또 유효기간이 지난 소화기나 낡은 소화전 호스,방염처리가 안된 카펫과 커튼,창고처럼 물건을 쌓아 막아 버린 비상계단 통로등 일반건물이라면 처벌을 받아야 할 지경이었다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만 하지 않은가.특히 7천명이 근무하는 제2청사에는 지하유류저장소에 소화기가 없었고,비상출입구를 열쇠로 잠가놓거나 방화문을 임의로 폐쇄해놓고 지내 다 적발됐다.
정부종합청사는 우리나라 행정의 심장부다.그 청사의 안전도관리는 행정수준,나아가 국가의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尺度)가 될 수도 있는 곳이고,한편으로는 매사가 민간에 솔선수범하고 모범적으로 처리돼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종합 청사가 이 지경이라면 정부의 다른 행정기관이나 지방관서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종합청사의 재난대비태세가 이 모양이니 왜 우리나라에 대규모 인재(人災)나 엄청난 인명피해를 내는 참사(慘事)가 끊이질 않는지 알 것 같다.정부가 사건.사고때마다 「안전사고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어도 전혀 효 과를 거두지못한 이유도 알만하다.자신들은 탈법.편법으로 적당히 지내면서 어느 누구를 제대로 단속하겠으며,또 그 단속이 얼마나 설득력이있겠는가.
이제 공직자들의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부터 빨리 고쳐야 한다.지금까지 별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방심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종합청사의 안전시설미비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미치는 정신적인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더 크다는 것 을 간과해선안된다.그러므로 우선 왜 정부청사의 안전관리가 엉망이 됐는지 철저한 원인조사와 관계자문책이 있어야 한다.이와함께 미비점을 완벽하게 고치는 것은 물론이고,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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