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내외는 이튿날 아침 식사를 공식 수행원들과 블레어 하우스에서 함께했다. 뷔페 음식이었다. 식사 도중 그는 “핫도그가 먹고 싶은데… 옛날 골프장서 먹던 핫도그가 맛있었는데…”라고 말했다. 1998년 선거법 위반의 책임을 지고 의원 직을 사퇴한 뒤 조지 워싱턴대 연수 때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이어 “65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운전을 하지 않아 서툴렀다”고 당시 추억에 빠져들었다. 그는 “집에 왔던 한국의 친지가 돌아갈 때, 의회 의사당 뒤편 그레이 하운드 역까지 자동차로 모셔다 드렸는데 당시엔 그쪽 치안이 좋지 않아 한여름에 자동차 문을 완전히 닫고 운전했다”고 기억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가 “그때 운전을 내가 했는데, 무서워서 혼났다”며 “(대통령은) 우회전 길을 좌회전하고, 돌아가고 그래서 내가 운전기사를 했다”고 거들었다. 김 여사는 또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박세일 전 의원과 모임이 끝나면 그분들도 내가 댁마다 모셔다 드렸는데…”라고 추억담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에둘러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자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서울시장 초기엔 토·일요일을 계속해서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적이 있다. 놀이시설 공무원이 주말에 쉬는 것은 곤란하다는 메시지의 MB식 표현법이다.
하지만 워싱턴의 이 대통령은 감정 표현이 많았다. 뉴욕 한국투자환경 설명회 때 그는 세계적 기업의 CEO들 앞에서 “노동자였던 내 인생, 작은 어촌이었던 내 고향(포항)의 극적인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변모한 모습과 같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동포 간담회에선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워싱턴에 와서 1년 이상 보냈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그 경험이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회고했다. 10년 만에 찾은 워싱턴에서 그는 역사상 첫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의 초심도 되새기는 듯하다.
최상연 청와대 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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