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함께 간 초파리 ‘노화의 비밀’ 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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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이소연(30)씨의 임무는 우주실험이다. 일부 지적처럼 ‘200억원짜리 우주관광’이 아님을 드러낼 프로그램이다.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초파리들이 중력 없는 우주공간에선 어떻게 움직일까. 우주에서 식물은 어떻게 자랄까. 이런 궁금증을 ‘우주실험 전문가’ 역할을 부여받은 이씨는 우주정거장에서 풀어야 한다. 실험이 마무리되면 한국은 러시아·미국·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12번째로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한 국가가 된다.

이씨가 수행할 연구는 청소년 교육자료로 활용할 교육실험 5가지와 산업·경제적 활용가치가 큰 기초과학실험 13가지 등 18가지다. 교육실험은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로 구성된 것으로, 대중적 이벤트 성격도 있다.

이씨가 우주정거장에서 보낼 일정의 대부분은 과학실험이다. 물 같은 액체가 우주에서 어떤 형태를 띨지 살펴봄으로써 지구와 우주에서의 표면장력 차이와 그 원리가 무엇인지, 우주에서 물이 어는 과정은 지구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살핀다. 볼펜은 중력으로 인해 잉크가 아래로 흐르는 원리 덕분에 글씨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라면 글씨가 써질까. 지구와 우주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비교해 중력이 식물 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도 한다.

기초과학실험의 주제는 더욱 다양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 반응 및 노화 유전자 탐색 실험이다. 무중력 우주공간에서 초파리의 움직임은 새로운 가설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파리의 수명은 60일인데 열흘을 우주에서 보내면, 사람으로 치면 10년 넘게 우주에서 살다 온 셈이다. 지구 귀환 후 초파리의 유전자 변화를 살펴보면 우주에서 10년 살다 온 사람의 유전자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이 실험을 제안한 조경상(38) 건국대 교수는 “초파리는 사람과 유전자가 75%가량 같은 ‘모델 동물’이다. 사람의 유전자 변화를 알아내는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초파리 1000마리가 무사히 우주정거장에 도착하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도록 무게 600g 이내의 특수 초파리 집을 제작해 이씨에게 전달했다.

우주에선 무게를 어떻게 잴까. 이런 호기심에서 개발된 것이 우주저울이다. 무게 측정은 중력을 활용한 것이어서 무중력 우주공간에선 일반 저울이 쓸모없다. 이씨는 국내에서 개발된 우주저울의 실효성을 테스트한다. 이 저울은 무중력 환경에서 5㎏ 이하 물체의 무게를 오차 0.5g 범위 안에서 측정한다.

우주정거장의 소음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는 실험도 관심을 끈다. 방음재는 대부분 불에 잘 타는 것이어서 ISS에는 별다른 방음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소음은 우주인을 괴롭히는 큰 적이다. 이씨는 우주정거장의 소음을 측정해 소음원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개선하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첨단 식품 가공기술로 국내에서 개발된 우주김치와 라면·홍차 등 우주식품도 우주정거장에 진출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씨가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마치고 귀환하면 우주인의 생활 모습과 함께 실험 결과를 CD로 제작해 전국 초·중·고교에 교육 자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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