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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왜 늦어졌나 “러시아 카운트 안 해 … 12초 지연은 허용된 오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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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드디어 한국인이 우주를 품었다. 우리나라 첫 우주인 이소연(30)씨와 두 명의 러시아 우주인을 태운 ‘소유스 TMA-12’는 8일 오후 8시16분39초(한국시간)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굉음을 내며 창공으로 솟구쳤다. 1분도 채 안 돼 우주선은 시야에서 벗어나 우주로 날아올랐다. 우주선이 사라진 하늘에는 수증기가 만들어낸 흰 줄이 길게 남았다. 이날 발사 장면은 CNN과 BBC 등 외신들도 생중계해 한국 최초 우주인의 탄생을 신속히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발사장면을 인터넷에서 생중계하면서 “한국 국적의 연구원이 최연소 여성 우주인 자격으로 탑승했다”고 이씨를 소개했다.

발사대에서 1.5㎞쯤 떨어진 관중석에서는 “와-” 하는 환성과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중석을 채운 한국인들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이륙 후 8분48초가 지나 발사 성공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몹시 긴 하루였다.

◇흥분·감격=소유스 우주선이 거대한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자 환호의 도가니였다. 화염과 굉음은 1분 넘게 지속돼 관람객들의 흥분을 더했다.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대낮인데도 우주선의 화염은 장대했다. 귀빈석에서 이 광경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이씨의 어머니 정금순씨는 그런 화염과 굉음에 충격을 받은 듯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우주선이 사라진 뒤 관람객이 흩어질 때 버스로 돌아오는 중에도 남편과 아들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예비 우주인 고산씨도 발사장 관람석에 나타났다. 예비 우주인들과 자축 파티를 마치고 온 그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관람자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는 등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바이코누르 시내의 우주인 호텔에선 출정식이 열렸다. 출정식은 호텔 현관에서 마당에 서 있는 버스까지 걸어 나오는 과정이다. 이소연·고산씨는 러시아 우주인 네 명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이씨는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인사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지난밤 잘 잤다”는 말도 했다. 컨디션은 최상인 듯했다.

◇불안·기우=이씨는 우주 멀미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을 시급히 마련했다. 그의 주치의 정기영(공군항공우주의료원장) 공군 대령은 멀미에 대비해 약품을 준비했다. 우주 멀미는 배 멀미와 비슷해 증상이 심하면 하늘이 빙빙 돌고 구토가 난다는 것.

우주선 발사가 당초 알려진 시각보다 12초 늦어진 원인에 대해 우주선 관제센터(MCC)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발사가 늦어지자 영문을 모르는 관람객은 물론 TV를 시청하던 국민은 잠시나마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소유스 우주선 발사에는 미국 우주선과 달리 발사 카운트 다운이 없었다. 발사대 밑 바닥에서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비로소 이륙을 알 수 있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기계공학부) 교수는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카운트다운의 개념이 없어 12초 정도의 차이는 허용된 오차 범위”라며 “일설에 비행거리 예측이 줄어든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다.

◇전통·푸대접=이소연씨와 함께 소유스 우주선으로 이동하던 러시아 남성 우주인 두 명은 우주선 앞에 멈춰 소변을 봤다. 가림막이 쳐진 곳으로 들어간 우주인들은 우주복을 벗고 ‘볼일’을 보는 전통의식(?)을 답습한 것. 이는 소련의 세계 첫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그렇게 한 뒤 관례가 됐다.

이에 앞서 이씨 등 우주인 세 명은 바이코누르 시내에서 열린 ‘출정식’에 앞서 러시아 정교회 신부로부터 성공적인 발사와 임무 수행을 기원하는 축복을 받았다. 이어 페르미노프 러시아연방우주청장과 에네르기아 사장에게 우주인으로서 출발 준비가 끝났다는 ‘우주인 보고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페르미노프 청장은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하겠는가”라고 묻자 이씨는 결연한 목소리로 “예”라고 답했다. 우주선 탑승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 보고식 때 우주인에게 최종 결심을 묻는 관례가 있다.

한국대표단에 대한 러시아의 대접은 매끄럽지 못했다. 러시아 연방 우주청 측은 정부 대표단과의 약속 시간을 하루 전 갑자기 바꾼다고 통보했다가 실수라며 다시 정정했다. 전세 비행기 일정이나 바이코누르 시내 이동용 버스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고 지연시켜 한국 측 정부 대표단과 취재진의 빈축을 샀다. 우주인 출정식이 끝난 뒤 대기하고 있어야 할 버스가 사라져 정부 대표단과 응원단은 호텔까지 10분가량 걸어가야 했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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