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온난화 이대로 가다간 2100년엔 그린란드 녹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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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도 아닌 바로 지금부터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학자인 영국의 필 존스(Phil Jones·56·사진)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지구 온난화 대책에 나서지 않으면 머지않아 엄청난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한두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곤란하며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존스 교수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UEA) 기후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영국왕립기상학회 특별회원 및 국제기후학저널 편집위원, 미국기상학회 회원 등을 지냈다. UEA는 1970년대 초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 세계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곳으로 기후 변화 보고서를 가장 많이 내는 대학의 하나다. 인터뷰는 UEA의 존스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지구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이라는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진행 추이와 전망은.

“지난 30년 동안 10년마다 섭씨 0.2도씩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지난 50년간의 지구 온난화 속도는 지난 100년간보다 두 배 이상 빨랐다. 유럽의 경우 올 1, 2월은 지난해에 이어 매우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벌써 나무에 꽃이 만개했다. 30년 전보다 개화 시기가 20일이나 빨라졌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를 일반인들은 잘 실감하지 못한다.

“추운 겨울로 고생하던 영국 등 북유럽에선 겨울이 짧아지고 덜 추워져서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더운 지방에선 고통을 호소한다. 2003년 프랑스와 이탈리아·스페인 등지에선 폭염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앞으로 이런 희생은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기온 상승으로 대기는 습기를 품게 된다. 습기는 에너지원이다. 이는 허리케인이나 열대성 태풍의 규모가 훨씬 커지고 장기화함을 뜻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아주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피해가 예상되나.

“예로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높은 상태가 지속하면 그린란드가 서서히 녹아 엄청난 재앙을 부를 것이다. 현재의 온난화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2100년 안에 그런 사태가 올 수 있다.”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줄이기가 경제적인 이유로 곳곳에서 외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나온 경제학자 스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나서는 게 10년 뒤에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경제문제 때문에 대책을 미루는 건 단견이다. 지금 유럽이 기후변화 대처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러나 유럽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가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야한다. 미국도 과학자들이 계속해서 심각성을 거론하지만 정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지금 전세계가 관심을 갖고 나서면 언제쯤부터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까.

“유럽과 일본이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은 적어도 더 나빠지지 않을 정도의 효과는 보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는 당장 볼 수 없을 것이다. 큰 바다에 유조선이 항해중이라고 치자. 유조선을 정지한 뒤 방향을 바꾸는 데 30km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온난화 역시 지금의 흐름을 멈추고 방향을 돌리는 데는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세계 정부에 온난화 방지를 위해서 당장 시행하라고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을 통한 화석에너지 사용 줄이기다. 현재 있는 시설을 두고 새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해야한다는 점에서 꺼려질 수 있지만, 이미 영국의 경우 대체 에너지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부에서 조력발전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국민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국민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잘 알리고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유럽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어디인가.

“독일이다. 태양열과 풍력 발전소도 많고, 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는 마을도 있다. 대중 교통을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갖춰 자가용을 타지 않게 유도하는 노력도 높이 살만하다. 중국이 독일과 같은 입장을 따라간다면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나. 그 효과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규모는 비슷하지만, 에너지 소비율은 텍사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는 주 정부와 주민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나무심기와 카풀 등 탄소감축운동을 하고 있다. 대학 내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발전시설도 건설중이다. 이런 작은 노력이 현재의 흐름을 바꿔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의 노력도 중요한데.

“영국 정유회사인 BP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와 돈을 아낄 수 있다. 장기적으로 BP는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의 약자가 될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회사 이미지도 좋아졌다. 정유회사 셸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인 일본 자동차 회사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노리치(영국)=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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